정부 “유류세 인하 검토...국제유가 상황 따라 대응”

정부 “유류세 인하 검토...국제유가 상황 따라 대응”

산업부 “원유 재고 부족 시 비축유 방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신중’

기사승인 2022-02-11 05:30:02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직영주유소 모습.   황인성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국내 물가 안정 대책 차원에서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4월말까지 국제유가 하락 가능성도 있어 당장 검토작업에 착수하진 않지만,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신속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국제유가 동향 및 석유 수급 대응계획 등을 점검하기 위한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따라 석유, 가스, 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국내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는 이날 대한석유협회, 정유 4사 등 국내 석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최우선으로 유가 급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맞물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국제유가 동향을 공유하면서 향후 시장 동향에 따라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러시아로부터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물량 일부(약 5.6%)를 도입 중인데 혹시 모르는 수급 중단 사태에는 정부 비축유를 풀 계획을 이날 구체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내 원유 수급 차질이 있을 때만 비축유를 풀게 돼 있다”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TF 회의를 열고, 업계와 향후 문제 발생 시에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유통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20% 인하하는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장 검토에 착수하진 않지만, 3월까지 국제유가 및 국내 석유제품 가격 동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검토를 묻는 질의에 대해 “두 달 정도 휘발유 가격 동향을 보고, 3월 말이나 4월 초에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류세 인하 폭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대폭 늘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특정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법정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적용 기간 및 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세수 부족이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고, 더욱 범정부 차원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2일부터 국내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국제 유가와 함께 국내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약 6개월간 유류세를 낮춰 국민경제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 11월 2일 리터당 1807원에 달하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일 리터당 1622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글로벌 투자기관 “국제유가 최대 150달러까지”

국내 유통되는 석유제품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급등하고 있다. 또 미국 중서부지역 한파 강타, 주요 산유국 더딘 증산 등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또 원유 공급량은 크게 늘지 못하는 데 반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는 늘면서 국제유가 안정화는 기약 없이 밀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달러는 물론이고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되면 1분기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또 모건스탠리는 올 하계 브렌트유는 100달러, WTI는 97.5달러 수준으로 예측하면서 당초 전망보다 배럴당 10달러씩 상향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상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일각에서 유가가 올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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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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