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감독이 말하는 ‘소년심판’ [쿠키인터뷰②]

작가·감독이 말하는 ‘소년심판’ [쿠키인터뷰②]

기사승인 2022-03-19 06:00:29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에서 심은석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속 심은석(김혜수)은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의 혐오는 소년범 개인이 아닌 소년을 방기하는 사회를 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년은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범죄는 소년만의 잘못인가. 뜨거운 분노 사이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소년심판’의 김민석 작가와 홍종찬 감독을 서면으로 만났다.

Q. ‘소년심판’을 쓰기 위해 4년간 관계자들을 취재했다고 들었다.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6호 시설(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 혹은 소년보호시설), 청소년회복센터, 각 법원의 지방법원, 가정법원 판사들, 조사관들, 법원 직원들, 각 시설 관계자나 변호사 등 정말 여러 곳을 다니고 많이 만났다. 현직에 계신 분들에 따르면 소년범죄 중 잔혹범죄 비율은 적다. 절반 이상은 가난해서, 가정폭력에 못 이겨서, 가출로 인해서 벌어진다고 한다. 관계자들이 기획 단계부터 작품을 반기셨고 제작 준비 과정도 함께하셨다. 작품 공개 후 ‘잘 봤다.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몇 줄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걸 잘 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다.” (김민석 작가, 이하 김)

Q. 감독과 배우들도 소년재판을 참관하고 다양한 소년범 사례를 접했다던데.

“법정은 건조하고 무겁고 형식적일 줄 알았는데, 소년재판은 하나하나가 짧은 연극 혹은 드라마 같았다. 우선 판사의 태도나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반말, 호통, 묻고 답하고…. 재판 형식과 진행이 판사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꼈다. 소년범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다채로웠다. 너무나 다른 외모, 말투, 몸짓에 ‘어떻게 캐스팅하지?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고민도 있었다. 부모·가족 등 보호자도 제 생각과는 달랐다. 반성하고 선처를 호소할 줄 알았는데, 반성하지 않는 소년범이나 내 책임 아니라는 보호자들 태도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홍종찬 감독, 이하 홍)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Q. 실화 기반 에피소드가 여럿 있었다. 각색 과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오랫동안 취재하며 관계자들을 통해 들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양분 삼았지만 특정 사건과 인물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작품은 아니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만 주목받지 않고, 소년범죄 처분과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

Q. 폭력 묘사가 사실적이라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소년 범죄에 초점을 맞춰 괴물 같은 범죄자를 부각해서는 안 된다는 김민석 작가의 의견이 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잡고 연출했다. 편집 과정에서 욕을 덜어내기도 했고 가능하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했다. 다만 아이들, 특히 소년범들이 쓰는 언어와 행동을 표현할 땐 속어나 욕이 일상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범죄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과하거나 불편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예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홍)

Q. 베테랑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이 두루 등장했다. 이들과 호흡은 어땠나.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덕에 법정 장면 완성도가 높아졌다. 예를 들어 2화에서 백성우(이연)와 한예은(황현정)이 서로를 겨누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판사들은 그저 보기만 한다. 특별한 행동이나 대사 없이 앉아서 바라보는 것뿐인데 표정만으로도 배우들의 무게감이나 캐릭터의 정서가 충분히 표현이 됐다. 신인 배우들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디션 때보다 더욱 캐릭터에 가깝게 몰입하더라. 내가 요구한 것 이상으로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캐릭터에 부합하는 대사와 액팅, 눈빛 등이 다양해졌다. 즐겁고 보람찼다.” (홍)

Q. 판사들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화해하거나 변화한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강원중(이성민)과 나근희(이정은)도 (심은석과) 가치관이 다를 뿐 악인이 아니다. 이들이 격렬하게 대립할수록 본질적인 이야기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스스로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는 직업군을 떠나 우리가 배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또, 네 판사 모두 소년사건과 관련이 있다. 과거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방황했던 소년이었거나,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법관이었거나. 이는 비단 소년사건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뜻한다.” (김)

홍종찬 감독. 넷플릭스

Q. 홍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작품을 또 만나기 힘들겠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연출자는 작품을 통해 사람의 마음, 감정, 가치관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 ‘소년심판’은 이런 제 연출 철학과 잘 부합한다. 상업적인 시스템 안에서 이런 작품을 만나는 일이 흔치는 않다. 소년범들 모습 속에 우리 사회 어른들이 담겨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내 가족을 많이 생각했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 조금씩 결핍을 가졌지 않나. 자신도 모르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내게 있는지 되돌아봤다. 시청하신 분들도 작품을 통해 남아있는 상처가 보듬어지고 치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 (홍)

Q. 시즌2를 제작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소년 사건은 재범률이 높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도 1, 2화에 등장했던 백성우가 다시 법정에 선다. 시즌2를 제작한다면 왜 소년들이 재범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 얘기해보고 싶다. 시즌1에서 소년형사합의부와 판사, 재판이 중심이었다면, 시즌2는 소년범의 환경과 그들이 처한 이야기, 소년범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소년범 입장에서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홍)

인터뷰=이준범 김예슬 이은호 기자
정리=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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