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용산 대통령 시대’를 공식화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해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5월10일부터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당선인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10일에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존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된다. 윤 당선인은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집무실이 이전된 용산에도 국민 공원을 조성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사용한다. 윤 당선인은 “일단 용산 공관을 수리해서 들어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 구역 안에 관저나 외부 손님을 모실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다만 지금 그것까지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에 따라 국방부는 기존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하게 된다. 합참은 장기적으로 남태령의 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광화문 시대, 시민 재앙수준… 당선 확정 후 불가능하다고 생각”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이전’ 방안은 시민 불편을 근거로 사실상 무산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공약수립 검토 단계에서는 오픈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윤 당선인은 “기존 정부기관의 이전 문제나 대통령 경호를 최소한다고 하더라도 광화문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그 빌딩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불편이 세밀하게 검토가 안된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앞 정부에서도 광화문 이전을 추진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수시로 휴대폰이 안터지고 전자기기 사용에 지장이 발생한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여기 있는 여러 기업이라든지 금융기관이 갑자기 몇분 몇초라도 그런 문제 생겼을 때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비용도 (용산 이전) 전체 비용을 합친 것보다 몇배는 든다”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에 1조원? 근거없다… 496억원 예비비 신청”
집무실 이전에 5000억원~1조원 가량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를 합참 건물로 이전하는 이사비용과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예산을 전부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았다”며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총 496조원이 추산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방부→합참 건물 이전 비용 118억원 △대통령 비서실 이전 및 리모델링 비용 252억원 △대통령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9700만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및 경호시설 마련 비용 25억원 등이다.
윤 당선인은 “496억원을 예비비로 신청할 계획”이라며 “예비비나 이전 문제에 대해선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졸속 이전’ ‘안보 공백’ 우려에… “국민 약속 실천 의지 알아달라”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이해를 호소했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어렵다고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며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너무 급한 것 아니냐’, ‘시간을 더 갖고 봐야한다’ 등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며 “청와대는 조선총독부부터 100년이상 써온 곳이다. 이 장소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립공원화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등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에 대해서도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국방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 다 근무하고 충분히 경험한 분들이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국방시설을 어디 만들어 놓게 된다면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만료해 안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