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재무제표 승인과 이익배당, 사외이사 2명 선임, 감사위원 1명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상정해 의결한다.
박철완 전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건의한 안건들이 대부분 올랐지만, 자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제안은 회사 측이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기로 하면서 무산됐다. 다만, 박 전 상무 측이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간접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 이익배당 의결 등이 경합처가 될 예정이다. 주총을 불과 며칠 앞둔 가운데 경영권 방어에 나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과 도전자인 박철완 전 상무 측은 각자에게 유리한 소식을 연달아 전하면서 승기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측은 22일 공시를 통해 박철완 전 상무가 법원에 제기한 ‘OCI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전날 기각됐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자기주식 처분에 신주발행 관련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 채권자(박철완)의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12월 금호석유화학그룹과 OCI그룹이 환경 바이오 소재 ECH(에피클로로히드린) 신사업 진출을 위해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한 데 대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주총서 행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었다.
또 사측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라스루이스, 국내 의결권자문사 한국ESG연구소가 사측의 주총 안건에 찬성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ISS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지난해 합류했고, 올해 선출이사까지 포함하면 이사회 구성이 새로워진다는 점을 들어 찬성 의견을 냈다. 글라스루이스도 회사가 긍정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실행하고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해 성과를 냈다고 사측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자문을 담당하는 ISS와 글라스루이스 모두 회사 측 안을 지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회사 측 안건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 전 상무 측은 다수의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이 본인이 제시한 주주제안에 찬성 권고한 사실을 전하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이 박 전 상무 측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전부 동의했다는 사실도 전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표 대결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에 대해 대부분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박 전 상무의 배당안과 이성용 사외이사 선임안, 이성용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고, 서스틴베스트는 이에 더해 함상문 사외이사 선임안까지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지난해 주총에서 박 전 상무에게 힘을 보탰던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은 올해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이날 박철완 상무 측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은 박철완 최대주주가 주주 제안한 ‘배당안’에 대해 의결 근거로 효과적인 이사회 또는 주주 보호에 관한 기타 우려 사항이라며 찬성을 결정했다. 또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들어 찬성했다.
결국 주총 결과는 표심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서로에게 유불리한 결과들이 혼재된 가운데 막판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섣불리 예측이 어렵다. 또 지분을 6.7%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도 주목된다.
양측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막판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1일 1500억원 규모의 소각 목적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지난해 높은 실적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주총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관련 소식을 전해졌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또 박 전 상무 측도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사측보다 높은 배당 안건 제시로 소액주주 및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을 끌어당기고 있다. 사측은 1주당 1만원(우선주 1만50원)의 배당 안건을 냈지만, 박 전 상무 측은 1주당 1만4900원(우선주 1만4950원)의 배당 안건을 제시했다.
한편,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둘째 형인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박 회장과 박 전 상무는 삼촌과 조카 사이다.
박 전 상무는 현재 금호석화 개인 최대 주주로 지분율은 8.53%다. 여기에 누나 세 명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10%를 웃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14.44% 내외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