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주유소마다 가격 다른 이유는...“사장님 마음”

‘치솟는 유가’ 주유소마다 가격 다른 이유는...“사장님 마음”

땅값·인건비 등 제반비용 반영 사업자 직접 책정
1997년 이후 유가 자율제 도입...‘박리다매’·‘평균가’ 전략 등 다양

기사승인 2022-03-24 05:30:02
14일 오후 여의도의 한 주유소 직원이 인상된 유류 가격 숫자를 바꿔 달고 있다.   곽경근 기자

# 전남 순천에서 여수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한은주씨는 요즘 치솟는 기름값에 주유하기가 겁난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띄는 주유소를 찾아 주유했는데 최근에는 기름값이 2000원대까지 오르면서 가장 싼 주유소를 찾고 있다. 남편의 추천을 받아 직장이 있는 여수가 아닌 집 근처 순천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짙어지고 있다. 차로 매일 출퇴근하던 직장인들도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사정상 차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은 전보다 더 적게 주유하거나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기 일쑤다.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용자들이 기름값이 조금 더 싼 주유소를 찾는 빈도수가 늘어나면서 왜 정유사마다 가격이 다르고, 또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각 주유소의 영업전략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유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주유 사업자별로 기름값을 각기 달리 책정해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각 주유 사업자들은 다양한 영업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 주유소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서 단골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반면, 어느 곳은 평균가 또는 최고가 영업전략을 내놓기도 한다.

경기도 한 지역에서 ‘S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 주유소뿐 아니라 다른 여러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몇 년째 고수하고 있다”며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찾는 고객이 늘고 있고,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직원이 직접 주유해주는 주유소임에도 지역 내에서 가장 싼 기름값을 유지 중이다. 

23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1.78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는 가격이 0.06원이 하락했지만, 당분가 고유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 크다. 오피넷

또 지역별로도 평균적으로 기름 가격 차이가 났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은 지역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반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은 100원가량 저렴했다. 23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78.26원을 기록했으나, 전북지역 평균가격은 100원가량이 더 싼 1976.30원이었다. 

더 깊이 들어가서 주유소별로 보면 서울 최고가 주유소는 리터당 2872원에 판매되는 반면, 전주에 있는 고덕물류 여의동지점 주유소는 1000원가량이 더 싼 리터당 1877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신기한 점은 정유공장이 인접해 다소 저렴할 거라고 생각된 여수지역 기름값보다 더 거리가 먼 순천지역이 오히려 더 평균 기름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정유공장과의 거리로 가격 수준을 따지는 어렵다”며 “정유공장이 있는 여수가 더 먼 순천보다는 지역 물가가 다소 높은 까닭도 있고, 결국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결정하기 나름이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각 주유소의 기름 가격은 정유공장과의 거리와 운송비 등보다는 땅값, 인건비, 대리점 공급가 등의 영향을 주로 많이 받았다. 똑같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더라도 주유소가 위치한 곳의 지가와 인력 고용 형태에 따라 기름값이 달랐다. 통상 직접 주유해주는 주유소와 고객이 직접 주유하는 셀프주유소는 최소 100원가량의 비용 차이가 발생했다.

또 주유소 이용자의 형태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를 보였다. 서울 강남이나 중구의 주유소 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인 까닭은 높은 가격에 팔아도 충분히 소비되기 때문이다. 또 높은 지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강남에 있는 한 주유소 관계자는 “강남지역은 높은 소득수준의 이용자들이 많아서 고유가가 지속되더라도 주유에 거리낌이 전혀 없고 매출에 전혀 영향이 없다”며 “또 인근에 회사들이 많아 법인 차량들이 주유하는 경우가 많고, 높은 기름값을 유지해도 매출이 줄지 않으니 판매자가 굳이 가격을 낮춰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1.78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는 가격이 0.06원이 하락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영향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당분간 고유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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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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