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글로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 대표간의 날선 공방이 일주일째 이어졌다.
이 대표가 ‘불법 시위’, ‘시민 볼모’ 등의 표현을 동원해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를 비난했고 전장연은 사과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맞장 토론’ 제안도 나왔다.
일주일간 관련 게시물만 20개… “비문명적 불법시위”
1일 오후 5시16분 기준 이 대표 페이스북에 올라온 전장연 관련 게시글은 총 20여개다. 지난달 25일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고 첫 게시물을 올린게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시민 볼모’, ‘부조리’ 등으로 규정한 비난을 이어갔다. “억울함과 관심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이 모두 지하철을 점거해서 최대 다수의 불편에 의존하는 사회가 문명인가”, “전장연이 하는 시위가 어떤 시위인지 사람들이 알아갈수록 단체가 지향하는 바는 이루기 어려워질 것”등의 비판이다.
전장연의 사과 요구도 냉소적으로 받아쳤다. 이 대표는 “사과 안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라며 “전장연이 어떤 메시지로 무슨 투쟁을 해도 좋다.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인 일반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려라”라고 일갈했다.
이준석 대신 나선 김예지… 정치권 비판도 줄이어
이 대표의 잇단 페이스북 비판으로 뿔난 전장연을 달래기 위해 나선 인물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해 “정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한 듯 “정치인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이어 “각자의 입장을 조정·조율하기보다 잘못된 표현을 통해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사과를 하러 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나섰다.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과 김도식 인수위원 등은 지난 29일 오전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등과 면담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혐오정치인’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는 혐오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생일에 ‘고깔’모자 쓴 전장연… 케이크 전달도
전장연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교육권 완전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보기 드문 ‘생일 고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동권 시위를 놓고 날선 논쟁을 벌인 이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오늘 생일이라고 하는데 생일 케이크를 가지고 국민의힘 당사로 축하하러 가겠다”며 “공식적으로 100분 토론 서한도 건넬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 조끼에 고깔모자를 착용한 전장연은 기자회견 후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당 관계자에게 생일케이크와 토론 제안이 담긴 서한을 건넸다.
이 대표는 “어제는 사과 안하면 (시위 장소로) 2호선을 타겠다더니 오늘은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토론 언제든지 해드린다”고 응수했다. 또 “1대1로 시간 무제한으로 하자고 수정 제안한다”며 “진행자는 김어준씨를 제안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