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들이 첨단 바이오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신약 개발 등 헬스·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최근 정관을 바꾸고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SK케미칼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창립 초기부터 신약 개발 역량을 집중해왔다. 1987년 삼신제약 인수 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해 본격 신약 개발에 나섰다. 1999년에는 항암제 ‘선프라’를 출시하고 국내 1호 신약 개발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SK케미칼은 경험을 살려 헬스·바이오 사업이 주목받는 미래 사업환경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국내 최대 상장사로 주목을 받으면서 유가증권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LG그룹과 롯데그룹도 바이오 산업에 발을 들였다.
LG화학은 지난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혁신 신약 2건 이상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주총에서도 이러한 사업 계획을 재확인했다.
LG화학은 고객 니즈와 시장성, 기회요소 등을 고려해 △대사질환 △면역·항암 분야에 신약 R&D(연구개발)역량을 집중하고 자체 연구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진출을 선언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지난달 주총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직접 투자·육성 계획을 밝혔다.
700억원을 투자해 법인을 세우고 건강관리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시너지를 낼 걸로 보인다.
화학기업을 보유한 기업집단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바이오가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화학 제조업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여겨지면서 경영 환경이 나쁜 점도 투자요인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 경영과 친환경 기조에 따라 화학기업도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며 “기존에 영위하던 화학분야가 당장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경우는 없겠지만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바이오 제약 산업에 있어 좋은 사례가 없었고 수익조차 미미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사 등 다수 기업에서 최근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며 “신악개발 등 바이오 사업은 누가 먼저 뛰어들고, 성공사례를 만드냐 싸움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