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내달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대가성 부동산 의혹’ 등 문제 제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내달 출범되는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 또한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전 인사청문회TF 회의를 열어 차기 정부 내각 구성과 관련해 ‘정책역량’ ‘공직윤리’ ‘적소적재’ 등 3대 검증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공직윤리 검증 분야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구축해온 인사 임명 관련 7대 기준을 준용해 마련했다.
이날 고민정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검증을 위해 국민검증제보센터를 설치하고 후보자 관련 의혹·비리 신고창구를 개설해 당 차원의 모니터링을 하겠다”면서 “이미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7대 기준이 확립된 상황으로 갑질·특혜시비, 혈연·지연·학연 등을 활용한 네트워크 부조리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 차원에서의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도 예고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오전 공식 논평을 통해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한덕수 후보자의 대가성 부동산 거래 의혹까지 국민께서 이해해주시리라 믿겠느냐”며 “더불어민주당은 새 정부 내각 구성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했는지 직무역량·공직윤리·국민검증 3대 원칙과 기준에 맞춰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로펌 고액 보수·이해충돌 논란에 이어 부동산 관련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후보 지명 당시만 하더라도 여야를 모두 거친 인사로 평가받으면서 무난한 임명이 예상됐으나, 재산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서 향방을 쉽사리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발목잡기식 검증은 곤란하다면서 스스로 지키지 못한 인사검증 기준을 들이미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인사청문회TF 직후 낸 논평에서 “민주당 스스로도 지키지 못한 ‘인사 검증 7대 기준’의 잣대를 먼저 들이대며 엄포 놓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은 첫 내각 구성 때부터 흔들렸음을 잊었나”라고 응수했다.
이어 “임기 중 야당 동의 없이 역대 최다인 34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하며 스스로 원칙을 거스르는 행태를 자초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강행 결과는 지금 어떠한가”라고 반문했다. 또 “문 정권 5년 내내 계속된 원칙 없는 인사 강행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로 혹독한 검증에만 날을 세울수록 내로남불만 부각될 뿐”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황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검증 의지가 나오자 차기 정부 출범부터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선 절차가 사실상 쉽지 않을 걸로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엔 총리서리 체제로 당분간 운영될 가능성도 점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인수위에 흠집을 내야만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 내 주류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강성지지층을 묶어두기 위한 목적에서 더욱 강한 검증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롭게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성격상 인수위가 물러설 가능성이 적어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은 불가피하다”며 “최악의 경우 정식 국무총리 취임이 아니라 총리 서리 체제로 당분간 운영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무총리는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 총 300석 중 172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한 총리후보에 대한 국회 인준은 불가능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