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8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관련 논의가 나올 걸로 보인다. 또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집중한다는 기본적 방침을 고수해 향후 정국의 변화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날 오후 전국 고검장회의를 소집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주재한 가운데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수원고검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이 참석한다. ‘검수완박’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지만, 관련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가 끝나서 고검장들과 오랜만에 현안 의견을 나누려고 몇 주 전에 잡은 회의”"라면서 “검수완박 때문에 갑자기 소집한 회의는 아니지만 현안이다 보니 관련 논의가 있을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안건인 만큼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즉각적이고 반발의 강도가 심한 걸로 보인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추진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오수 총장의 승인 하에 올린 글로 전해진다.
권 과장은 “이 법안 심의 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고도 전했다.
권 과장의 글이 올라온 후에는 후배 검사들의 입장문도 잇따라 올라왔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 업무를 4월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진행하려는 시도는 누가 보더라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입법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김오수 총장 등 검찰 고위급 인사들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현 총장께서는 법무차관으로 현재 제도 설계에 직접 관여했고 고검장·검사장 다수는 총장님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역할을 하실 때 옆에서 함께 도운 분들”이라며 “일개 부장검사급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 목을 쳐라라고 일갈한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지만 소극적인 의사 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라”며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사라져 버린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수완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사실상 착수했다. 전날 국회는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이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 본회의 상정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 예상되자 민주당이 먼저 움직일 걸로 일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비교섭단체분의 조정위원 배정을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검찰개혁이란 미명 아래 검수완박을 통한 '이재명 방탄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꼼수”라고 비난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