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한 발짝 뒤로…尹, 전략인가 배신인가

여가부 폐지 한 발짝 뒤로…尹, 전략인가 배신인가

이대남, 여가부 존속에 엇갈린 의견...“기성정치 답습” vs “지방선거 앞서 선거전략 차원”
“尹 여가부 폐지 실천, 국정운영 능력 시험대”

기사승인 2022-04-09 06:30:07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 정부조직 체계에 맞춰 장차관 인선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조치가 사실상 연기됐다. 윤 당선인 선거 승리에 공헌한 ‘이대남(2030 남성층)에 대한 배신이라는 일부 여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 차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수위는 오는 10일부터 현행 정부조직법에 맞춘 차기 정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을 끝마치겠다고 7일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종로 통의통 인수위에서 차기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인수위 기간 중 조급하게 결정해 추진하기보다는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실상 여가부 폐지 조치를 내각 출범 이후로 미뤘다.

다만 여가부 폐지 공약은 유효하다는 게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다. 여가부 장관직을 공석으로 둘 수 없는 만큼 여가부 장관을 포함한 인선 작업은 마무리하고 부처의 명칭이나 기능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일단 나가기로 했다.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 연기에 대해 2030 남성층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거 후에는 태도를 바꾸는 기성 정치의 모습을 답습했다는 비판과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공약을 지킬 거라고 믿는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보고 투표한 한 30대 남성 시민은 “여느 정치인과 다름없이 표가 필요할 때만 그럴싸한 공약을 제시하고 현실에 부딪치자 결국은 내뺀 게 아니냐”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난 후에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텐데 무슨 수가 나오겠느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시민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윤 당선인을 믿는다”며 “여가부 폐지를 위한 장관을 임명한다면 기왕이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적임자 같다”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 관련 브리핑하는 안철수 인수위원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여가부 폐지 연기에 대해 대체로 정치공학적인 전략일 거라고 평가했다. 행정부의 한 부처가 폐지되는 사안인 만큼 한시적인 조직인 인수위가 재량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여성 표심을 잃으면 참패할 우려도 고려된다는 주장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으로 국민의 압도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면 상황이 전혀 다르겠지만 ‘여소야대’로 기울어진 가운데 인수위가 얼렁뚱땅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면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인수위는 서두르지 말고 지방선거 이후를 기약하자는 정치 전략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인수위가 공약 폐기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낸 건 지지해준 2030 남성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정부 출범 이후라도 공약을 꼭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분간 미뤄진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이 윤석열 새정부의 국정운영 능력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걸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받으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실천하면 국정 운영에 큰 힘을 받겠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차기 정부의 성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일단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 입장에서는 현재 주어진 환경 속에 여가부 폐지를 연기한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여가부 폐지의 성공 여부가 당장의 정권 성패로 연결되진 않겠으나 만약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정장악 능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가부 폐지 여부가 향후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늠해주는 정치적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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