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1차 인수위 인선에 본인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발로로 보인다. 2차 내각 인선 결과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칠 거란 추정도 나온다.
12일 인수위에 따르면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전날 인수위원직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부로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면서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인수위원이 자발적으로 사퇴하는 경우는 꽤 드물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조금씩 쌓였던 인선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수위 내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고 남은 인수위 기간을 위해 봉합의 노력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하고 기자들과 만나 “대선과 후보단일화, 인수위를 하면서 여러 어려움이나 힘든 점들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이 의원의 인수위원 사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 의원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처음 사퇴 의사를 밝힐 때 여러 가지 과정에서의 어려움, 압박감에 대해 얘기했고 나름대로 설득했지만 본인이 워낙 의지가 굳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건 본인의 마음에 달린 것 아니겠나”면서 즉답을 피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 의원의 사퇴는 국민의당이 인수위 측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지난 10일 1차 내각 인선 발표 과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또 2차 인선에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해 달라는 경고로도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심을 대변하는 이태규 의원이 악역을 자처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걸로 봐야 한다”며 “사퇴 배경은 결국 인선 결과에 대한 불만이라고 보는 게 절대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이 사퇴하면 판을 깨자고 하는 것이고, 결국 핵심 측근이 나서서 불만을 대신 표현해 준 것”이라며 “인선 과정에서 우리 측을 더 배려해달라는 일종의 시위다”고 부연했다.
정확한 배경은 파악하기 힘들지만 인수위 내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이 의원 사태로 인해 향후 인수위의 2차 내각 인선에 국민의당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제기된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의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의 이견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원만하게 논의되고 의견을 잘 주고받았다면 이 의원이 이런 식으로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측이긴 하지만 안 위원장은 보건복지부·과기부 장관은 본인이 추천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적잖아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 의원도 행안부 장관 낙점설이 돌았지만, 윤 당선인이 정치인을 배제한다고 하면서 자리 탐하는 사람으로 이미지 굳어질까봐 기분 나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사권은 결국 당선인 측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2차 인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인수위의 불협화음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자 윤 당선인의 최측근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수습에 나섰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인수위 구성, 인수위 운영 때까지 깊은 신뢰를 갖고 대화해왔다”며 “저는 (이 의원에 대한) 신뢰에 전혀 변함이 없다.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