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하면서 두 사람의 10년 악연이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0분간 민트차와 한과를 곁들인 회동에서는 따뜻한 분위기 속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방문 중인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난다는 소식에 달성군 사저에는 일찌감치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했다.
전날 안동과 포항에 이어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가 달성 사저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곧장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배웅을 받으며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과 50분간 회동을 마친 윤 당선인은 기자들을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가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특검 수사팀장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했던 과거일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자는 또 “박 전 대통령님 건강과 지금 생활에 불편하신 점이 없는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이어 이날 회동에 배석한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권 의원은 “당선인은 과거에 특검과 피의자로서,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 정책에 대한 계승도 하고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이 제대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윤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식 참석을 정중히 요청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가능하면 참석하겠다”고 화답해 취임식 참석 가능석도 상당히 높아졌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배석한 유영하 변호사는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실타래 같은 악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박근혜 정부 내내 지방을 전전하며 한직을 맴돌았다.
이후 2016년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윤 당선인은 이후 대구 동성로를 방문,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등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