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도 속수무책...부실한 장애인 안전대책 [쿠키청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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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안전알림서비스, 혼자 사는 65세 이상 등 선별 지원

기사승인 2022-04-15 16:09:46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좌측상단부터) 게이트웨이, 응급호출기, 활동량감지기, 화재감지기, 출입문감지기.   사진=지선향 기자

장애인 생명권에 여전히 무심한 사회다. 비장애인 위주의 재난 교육과 대응은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으나, 안전하게 대피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

연일 화재 사고가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월6일 제주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났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했으나 불이 난 곳을 찾지 못했고, 당시 집에 혼자 있던 50대 중증장애인 A씨는 대피하지 못한 채 숨졌다. 위급 상황 시 감지기를 통해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응급 안전알림서비스’가 있었지만, 아내와 사는 A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응급 안전알림서비스 지원대상은 혼자 사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으로서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에 해당하는 치매 또는 치매고위험군 △지자체의 장이 생활여건,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상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중 상시 안전확인이 필요한 자 및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로 독거, 취약가구, 가족의 직장・학교생활 등으로 상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이다.

안타까운 사고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부산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40대 지적장애인 B씨가 사망했다. B씨 역시 응급 안전알림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거동이 불편한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우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연구원은 “보호자나 활동 보조인 부재 시 대피, 서비스 지원 대상 등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사고가 발생함에도 조속한 대안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복잡한 사각지대를 해결하기엔 미비하다. 정부는 해당 대책을 통해 제도, 인프라, 교육·훈련 등 분야에서 14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장애 특성을 반영한 재난·안전 관리 강화 △안전한 장애인 활동공간 조성 △안전 교육·훈련 강화 및 안전 문화 확산이다. 소방청은 단독경보형 감지기,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했다.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119 다매체 신고 서비스도 활성화했다.

전준희 소방청 화재예방총괄과 소방경은 “청각장애인이 시각으로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용 시각 표시 화재 감지기를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이 있다”며 “시각장애인은 천장에 설치된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통해 경보를 듣고 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상에서 생활하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분들을 위한 소방 제품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활동 보조인 등 인력이 함께 대피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2020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단독주택, 공동주택 등 주거 발화에 의한 사망자 수는 247명으로 이 중 정신 혹은 지체 장애인은 약 11%인 27명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조건에 따라 화재를 인지 및 판단하기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해 화재 상황에서 비장애인보다 취약하다. 특히 장애 유형에 따라 화재를 인지하고 대피하는 방법이 다르기에 고려할 점이 많으며 세심한 체계가 요구된다.

지난해 11월 2022 대선장애인연대는 ‘장애인 공약 요구안’을 통해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장애인 재난 안전 부서 신설 및 지원시스템 강화’로 △장애인 재난 안전 전담부서 신설 및 지원시스템 강화 △광역시·도 장애인재난대응훈련센터 설치를 요구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화재경보음을 통해 화재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으나 스스로 비상구를 찾아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점 등 장애 유형 별 대응역량에 차이가 있음을 진단했다. 또 지난해 9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5종’을 개발해 장애 유형에 따라 재난 발생 시 대응 요령과 재난 대비 계획 체크리스트 등을 안내했다.

신우철 연구원은 대응 안내서 개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보급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안전교육의 실시가 원만하지 않아 대피 방식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매뉴얼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적인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이 아닌 장애인 재난 안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선향 쿠키청년기자 wltjsgid0707@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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