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거된 곳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같은 날 이은해와 조현수를 이곳에서 체포했다. 이은해는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힌 뒤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0~40%는 아직 공실이다. 이은해와 조현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 주변 세대에서는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다. 바로 옆 호수도 미입주 세대로 보였다. 오피스텔 복도는 교차로와 같이 갈라져 있었다. 방향이 같지 않으면 서로 마주칠 일이 적은 구조다.
주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동에 거주해온 A씨는 “이은해가 정말로 여기 살았던 것이냐”면서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방음이 좋지 않아 사람이 있었다면 옆 세대에서는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면서 “이 동은 입주를 안 한 집이 많기에 숨어 사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도 “정말 이은해와 조현수가 이곳에서 검거된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첫 입주에 세대수가 많았다. 이미 들어와 살고 있었다면 저렴하게 방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대행업을 하는 한 남성은 “해당 오피스텔은 세대수가 많기도 하고 거의 입주하지 않아 어느 세대에 배달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배달노동자들도 검거 소식에 매우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이들은 같은해 2월과 5월에도 범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에게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행방이 묘연하자 검찰과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계곡 살인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민수미, 이소연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