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건 지난 3월17일이었다. 원래라면 각종 식료품, 의약품, 생활용품, 쓰레기봉투 등을 비롯한 지원 물품을 받아야 했지만, 기자는 받지 못했다. 당시 일일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 복지 시스템이 마비된 탓이다. 확진 당일 ‘코로나19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을 위한 행동 지침이 문자로 날아왔다. 16.5㎡(5평) 채 안 되는 원룸에 사는 기자 역시 자가격리 대상자였다.
확진 당일,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비롯한 생필품을 샀다. 일주일간 직접 요리해 식비를 줄여 볼 요량이었다. 안심하고 아플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침, 인후통, 고열, 메스꺼움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밥을 해 먹기는 어려웠다.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레토르트 음식을 데워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 됐다.
문제는 쓰레기였다. 배달 음식의 잔해 플라스틱, 종이 박스 등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격리 전 미처 버리지 못한 쓰레기들도 힘을 보탰다.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범법 행위를 저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자가격리 중 발생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모아 격리 해제 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베란다도 없는 좁은 원룸에 쓰레기를 보관할 장소는 없었다. 장소는 고사하고 종량제 봉투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물, 식료품, 휴지, 상비약을 준비할 생각은 했어도 쓰레기봉투가 필요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급히 관련 부처에 전화 문의를 시도했지만, 연락은 끝내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담을 봉투를 찾았다. 그마저 모자라 쇼핑백까지 꺼냈다.
배달 음식 용기를 아무리 꼼꼼히 씻어도 미세한 음식물 찌꺼기들이 남았다. 그것들은 초봄의 따뜻한 기온에 빠르게 부패했다. 화장실 휴지는 악취의 주범이었다. 생활 잔해로 둘러싸인 침대에 누우면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후각 저하 증상이 차라리 고마웠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 문제일까. 비슷한 일을 겪은 청년은 많았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차모(26)씨 역시 쓰레기와 동거했다. 차씨는 지난해 12월22일부터 28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5평 반지하 원룸, 바닥에 누워 옆으로 두 번 구르면 끝나는 좁은 방이다. 베란다는 없다. 창문도 작다.
격리 기간 중 나온 쓰레기는 20L 일반 쓰레기봉투 기준 5개. 현관에 쓰레기가 가득 차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19 증상이 심했던 차씨는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플라스틱 배달 음식 용기는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포개기 어려워 부피를 많이 차지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만만치 않았다. 냉동고에 넣어 두기엔 공간이 부족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최대한 조심했다. 배달 음식은 양이 많더라도 몽땅 먹어야 했다. 차씨는 흡사 식고문 당하는 기분이었다.
격리 3~4일이 지나자 현관 앞에 가득 찬 쓰레기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원룸은 냄새로 가득 찼다. 벌레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그나마 자가격리 기간이 겨울이라 다행이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눈을 피할 곳이 없었다. 쓰레기가 쌓일수록 폐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차씨는 코로나보다 쓰레기가 더 고통스러웠다.
다른 확진자는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격리 기간 중 구청에서 차씨 상태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차씨는 “방이 아주 작아 쓰레기가 가득 차고 있는데 내다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일단 방 안에 쌓아두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공기 오염이 있다면 봉지를 꽉 동여매라”고 답했다.
구청의 대응도 이해는 갔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위중증 환자 수도 나날이 늘어갔다. 행정지원 인력들도 확진자에게 온종일 전화를 돌려야 했다. 차씨는 “구청 담당자도 지쳐있었다”며 “쓰레기가 쌓였다고 말하는 게 죄송했다. 참는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조수근 쿠키청년기자 sidekickroo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