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도 되는 거 맞지?” “응원법 외워오셨어요?” 공연을 앞둔 객석엔 줄곧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설렘을 동반한 소란스러움이 가득했다. 공연 시작 직전, 암전과 함께 음악이 고조되자 장내는 곧 짝짝거리는 클래퍼 소리와 함께 행복한 비명으로 채워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사라졌던 스테이(스트레이 키즈 팬덤명)의 함성이 2년5개월 만에 부활한 순간이다.
1일 그룹 스트레이 키즈 두 번째 월드 투어 ‘매니악’ 인 서울 콘서트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2019년 11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스트레이 키즈 첫 월드 투어 ‘디스트릭트 나인 : 언록 인 서울’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면 공연이다. 시작 전부터 공연장 주변은 팬들의 물결로 가득했다. 대형 현수막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이들부터 삼삼오오 모여 여러 물품을 나눠 갖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K팝에 매료돼 한국으로 유학 온 안젤리나(24)씨는 “스트레이 키즈의 무대를 보고 팬이 됐다”면서 “이들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사랑한다. 오늘 공연도 기대된다”며 설레어했다. 인천에서 온 김모(27)씨는 “운 좋게 3회 차 티켓을 모두 구했다”면서 “오래간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니 얼떨떨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무대 위 스트레이 키즈는 관객들의 함성을 동력 삼아 몸이 부서져라 무대를 펼쳤다. “틀에 벗어난, 정형화되지 않은 음악으로 행복을 전해주겠다”(창빈)는 포부처럼, 이들만의 개성이 가득 살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날 스트레이 키즈는 미니 앨범 ‘오디너리’ 타이틀곡 ‘매니악’을 시작으로 ‘이지’, ‘올 인’, ‘디스트릭트 나인’, ‘백도어’, ‘부작용’, ‘더블낫’, ‘승전가’, ‘미로’ 등 인기곡들의 무대를 선보였다.
장내를 가득 채운 함성과 클래퍼 소리는 공연의 또 다른 묘미였다. 클래퍼와 함성이 어우러진 팬들의 일사불란한 응원에 스트레이 키즈도 감동한 듯했다. 필릭스는 “리액션을 보니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기쁘다”고 말했고, 리노는 “스테이가 눈앞에 있으니 계속 말을 걸고 싶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섰다. 떼창은 앙코르 무대까지 빼곡히 이어졌다. 파도타기 응원도 나왔다. 팬들은 멤버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밴드 사운드를 활용한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다. 정규 2집 ‘노이지’ 타이틀곡 ‘소리꾼’과 ‘신메뉴’, ‘치즈’, ‘야야야’, ‘사일런트 크라이’, ‘톱’, ‘승전가’ 등이 밴드 편곡으로 재탄생됐다. 멤버들은 즉흥 연주에 맞춰 즉석으로 프리스타일 랩과 노래를 해내기도 했다. 한은 “스테이(스트레이 키즈 팬덤명)가 이번 공연에서 밴드 라이브가 좋다는 소감을 많이 남겼더라”며 뿌듯해했다.
팬들과 호흡하는 멤버들의 얼굴엔 환희가 가득했다. 공연이 막바지를 향해가자 몇몇 멤버는 눈물을 쏟았다. 스트레이 키즈는 해외 투어로 당분간 국내 활동을 멈춘다. 멤버들이 이를 언급하며 “어디 가지 말아 달라”고 하자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뒤 이어 “긴 시간 동안 이런 무대에 목말랐던 우리에게 생명수 같던 시간”(아이엔), “힘들 때 느꼈던 외로움을 멤버들과 스테이가 채워줬다”(방찬), “여러분들만 믿고 나아가겠다”(현진), “지금 이 행복이 영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승민)는 소감이 이어지자 장내는 응원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공연 후 만난 관객들은 흥분이 채 식지 않아 보였다. 천안에서 온 최모(29)씨는 잔뜩 쉰 목소리로 “원 없이 따라 불렀다”면서 “이제야 콘서트를 즐긴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입덕’했다는 이모(25)씨는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실제로 볼 기회가 전혀 없어 직캠 영상만 꾸준히 봤다. 지금도 꿈을 꾸다 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만날 일이 생기길 바란다”며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 거주 중인 안모(30)씨는 “떼창을 해보니 우리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게 더욱 잘 느껴졌다”면서 “다음 국내 공연이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트레이 키즈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6~7월간 일본 고베·도쿄, 미국 뉴어크·시카고·애틀랜타·포트워스·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시애틀 등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