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플레이투언), 일명 ‘돈 버는 게임’이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 의존도 해결과 수익 구조개선 등 만만치 않은 숙제도 얻었다.
P2E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얻은 재화를 가상화폐나 NFT(대체불가능한토큰)로 교환, 이를 판매해 현금화 할 수 있는 방식을 일컫는다.
P2E 게임 시장은 해를 거듭하며 성장 중이다. NFT 시장 조사업체인 넌펀지블닷컴이 발표한 ‘2021 연례 NFT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 총 거래 규모는 51억8000만 달러(한화 약 6조4000억 원)였다. 전체 NFT 산업의 약 31%가량을 블록체인 게임이 차지했다.
비대해진 P2E 시장 중심에는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파인더의 ‘NFT 수용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20개 국가 2만8723명을 조사한 결과 NFT 수용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필리핀(32%)으로 나타났다. 태국(26.6%)과 말레이시아(23.9%), 베트남(17.4%)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남미 국가 가운데서는 브라질(12.1%·7위), 베네수엘라(10.6%·9위), 페루(9.9%·10위), 콜롬비아(8.4%·11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게임사도 여럿이다.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는 지난 2018년 P2E 게임인 ‘엑시인피니티’를 출시했다. 엑시인피니티는 일일 활성 사용자(DAU) 2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만 34억9000만 달러(한화 약 4조3000억 원)의 거래 규모를 달성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선 위메이드가 ‘미르4’의 P2E 버전인 ‘미르4 글로벌’을 출시해 동남아와 남미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관심을 업고 창사 이래 역대 최고 매출을 거뒀다.
이에 고무된 후속 주자들은 속속 동남아와 남미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P2E 규제에 지친 국내 게임사도 눈을 돌렸다. 최근엔 컴투스, 넷마블, 그라비티 등이 신작 테스트 및 출시 등에 나섰다. 한국은 현재 P2E 게임이 금지돼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지적하며 P2E 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 된 P2E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등급분류결정 취소 처분이 내려져 양대 앱 마켓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P2E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다만 P2E 게임 시장은 적잖은 성장통도 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3일(현지시간) NFT 관련 데이터 전문 사이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5월 하루 평균 NFT 거래 건수는 1만9000건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거래 건수(22만5000건) 대비 92% 급감했다. 활성화 디지털 지갑 개수도 지난해 11월 11만9000개에서 4월 말 기준 1만4000개로 88%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엑시인피니티의 지난해 하반기 NFT 일거래액은 300억원대였으나 올해는 3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NFT 시장의 불안정성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수익성에서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609억원으로 떨어졌다. 이 시기 월간활성유저(MAU)가 620만 명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과다. 증권가는 올해 위메이드의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대비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제프린 저린 스카이마비스 공동설립자는 지난해 UDC 2021에서 엑시인피니티 DAU 140만명 중 60%를 필리핀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수익이 70만~1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국민의 월 평균 소득은 약 104만원이다. 실물화폐 가치 또한 낮아 P2E 게임에 대한 인식이 생계 수단에만 그치기 좋은 구조다. 자연스레 DAU는 급증해도, 부가적인 콘텐츠 소모가 없어 저조한 수익성으로 이어진단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P2E 게임을 출시하면 DAU가 필리핀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 집중돼있다. 처음 들어보는 국가들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DAU가 늘었는데 게임 매출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다. 흔히 DAU가 늘면 매출까지 반영이 돼야 하는데 안 되고 있다”면서 “채굴을 통해 코인화 하는 과정 이후에도 콘텐츠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뒀지만 대부분의 유저가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채굴이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전부가 된 셈”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구조로 계속 가게 되면 ‘일자리 창출’일 뿐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줄 수가 없다”면서 “분명 좋은 구조는 아니다. 아무래도 초기 단계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있다. 이런 부분들은 국내 게임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P2E 게임이 수집형에 머물러 있단 점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면 특정 시장 편중 현상이나 수익성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