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선 후보로 활약했던 이재명 전 지사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6일 각각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각자 역할론을 내세웠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셈법이 숨어있다.
이재명 전 지사는 6일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한 ‘인천계양을’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전 지사가 대중 앞에 직접 나서서 출마 의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민주당 비대위에서 이를 의결하면서 공천이 확정됐다. 또 민주당은 이 전 지사에게 선대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의 직책도 맡기면서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임을 간접적으로 방증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날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통해 국회 입성을 예고했다. 50일간의 인수위 활동 마무리와 동시에 출마선언을 하면서 특히 ‘선당후사’ 정신을 강조했다.
안 인수위원장은 해단식에 앞서 이날 오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리는 경기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출마 의사를 드러냈다. 안 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해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운영하고, 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분당갑’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은혜 전 의원의 ‘분당갑’ 지역구를 언급하면서 이재명 전 지사가 출마의사를 밝힌 ‘계양을’에서의 전면전은 피했다. 이 전 지사와의 전면전이 성사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 전 지사의 ‘분당갑’ 출마가 정도(正道)”라며 “(계양을 출마는) 명분과 도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의 국회 입성 도전에는 정치적 셈법이 감춰져 있다. 두 후보 모두 선당후사를 강조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이재명 전 지사는 ‘대장동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표적이 되고, 정권 교체 후 실제적인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게 되면서 국회 입성이 더욱 절실해 졌다.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이 돼 불체포특권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8월 전당대회에 앞서 자신의 세를 넓히려는 차원도 있다. 다른 계파에서 친이재명계로 넘어가는 의원들도 여럿 감지되긴 하지만, 이 전 지사가 원내 입성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당권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이 전 지사와 비슷한 입장이다. 과거 중도에서 보수로 선회한 안 후보는 아직 보수진영에서 세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가운데 원내에 진입해 의원들과 호흡하면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직을 고사하고, 6일 인수위원장직도 마무리하면서 정치적 공백이 우려돼 이를 막으려는 차원도 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안철수 모두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나름 최선의 수를 놓은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차기 대선과 당권 도전을 하려는 정치인으로 원외보다는 원내가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지를 달았다고 수사 대상 자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대장동 의혹 등과 관련해)피의자로서 검찰의 수사 등을 받을 수 있어 나름의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배종찬 정치평론가도 두 후보의 출마는 외연확대와 자기방어 차원의 행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지금 상태에서만 머문다면 정치인으로서의 미래가 없기 때문에 본인들의 정치적 외연 확대를 위해서라도 보궐선거 출마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는 자기방어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역량이 죽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 하기에 국회 입성을 하려 할 것이고, 이재명 후보는 검찰 수사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외에서 8월 전당대회를 치르기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약간 다른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 지사와 안철수 위원장이 출마하는 지역구는 그 지역만 보면 각자에게 유리하지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광역단위로 볼 때는 결코 만만한 곳들이 아니다”며 “향후 정국 운영에 대비해 여야 모두 지방선거에서 승리가 중요한 가운데 험지에 나서서 각자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더불어 선거에 영향을 줘 당에게 힘을 싣는다는 차원에서는 ‘선당후사’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