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식과 함께 5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심판론을 꺼내 들면서 등장한 정부답게 전 정부의 국정철학과는 대치되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국민 앞에서 향후 5년간의 약속을 전했다. 취임사에서 제시된 키워드는 크게 ‘자유’ ‘시장’ ‘공정’ ‘연대’였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가장 먼저 꺼내 든 키워드는 단연 ‘자유’였다. ‘자유’라는 단어가 너무 당연하게 쓰이고 있는 현실 속에 윤 대통령은 “자유가 보편적 가치”임을 재확인하면서 “대한민국의 번영과 풍요를 위해서는 자유 가치가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 주도 성장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기반한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약속한다는 의미가 하나,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권을 보장한다는 게 또 다른 자유 가치의 의미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국민의 정치적인 참여권을 보장하겠단 의미로 다수당의 횡포에 국민적 발언권을 보장하겠단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국정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고,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곧 자유의 확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다른 키워드로 ‘공정’을 강조했다. 공정은 자유 가치와도 연결된다고 언급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공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자유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과학과 기술, 진실에 근거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고,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 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시민’이라는 표현을 반복 사용하면서 자유와 연대, 공정은 하나로 묶인 가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아울러 지성주의에 입각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현재 직면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나라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한다”면서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임사에는 국민 통합이나 화합에 대한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대국민 취임식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취임사에서는 국민 화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과거 문재인 정부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지성주의적 시각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국가 안팎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 각자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며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최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단독 처리, 민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인사청문회, 여소 야대 국면 등을 의식하면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전한 취임사는 당초 25분가량 분량으로 준비됐으나 ‘장황할 필요가 없다’는 윤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직접 수정해 12분 정도로 분량이 준 걸로 전해진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