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로 ‘선전포고’?...尹, ‘여소야대’ 정면돌파 승부수

취임사로 ‘선전포고’?...尹, ‘여소야대’ 정면돌파 승부수

‘자유’ 35번 외쳐...‘국민화합’ ‘협치’ 언급 無
‘다수의 힘·반지성주의’ 표현 써가면서 민주당 저격
한덕수 임명동의안 1호 서명...국회에 공 넘겨

기사승인 2022-05-12 06:22:07
윤석열 대통령.   국방홍보원

윤석열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면 국정운영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전날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하면서 지지층에 대한 결집과 호응은 이끈 반면 ‘국민통합’ ‘화합’은 전격 배제했다. 

특히 취임사에서 이례적으로 거대 야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하면서 민주당에게는 사실상 선전포고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우리가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직접 명시하지 않았으나 최근 국정 전반을 고려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협치’ 의지가 빠진 취임사와 최근의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 취임 초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중 어떠한 형태로든 협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통령으로서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정면돌파하면서 밀어붙이겠다는 모습이다.

이를 증명하듯 윤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 요구안’을 첫 결재 안건으로 올려 서명했다. 다수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동의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 예측됨에도 일단 국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의 협조를 요구한 듯하지만, 민주당이 주도로 국회에서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나머지 장관 인선까지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인사청문회를 끝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7명의 국무위원의 임명을 김부겸 총리의 제청을 받아 마쳤고, 12일 나머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면 대통령 판단에 따라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임명이 가능하나, 장관 등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장으로서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포기하더라도 내각 체제 가동을 서두를 걸로 관측된다.

1호 법안 서명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여소야대 국면 속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정면돌파 의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거대 야당과 대화 자체가 어려워 현실적인 대안을 택한 것이란 해석이 있는가 하면, 정치초보로서 철학적 고민의 부재로 국민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협치’의 열쇠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가졌는데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 국정을 끌고 가야 할 윤 대통령이 갈길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라는 얘기도 일부 나오나 그럴 가능성은 적고,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서명 등으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 초보의 미숙함의 발로라는 주장도 있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불과 0.73%p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상황에 국민통합을 가장 먼저 주장했어야 함에도 뜬금없이 ‘반지성주의’라는 걸 등장시켜 대결 국면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면서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자 정치 철학의 빈곤이라고도 표현된다”고 지적했다. 

또 “취임사를 국가 비전의 국민적 공유 차원에서 전한 게 아니라 앞으로 자신들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펼쳐 나갈 것인지, 정파적 이득을 위해 활용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6·1 지방선거에서의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둔 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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