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 각 지역 스프링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지난 4월, 초미의 관심사는 중국 프로리그(LPL)의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참가 여부였다. 당시 중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상하이시가 봉쇄됐고, 이로 인해 플레이오프 일정도 연기되는 등 리그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초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 일정 등을 고려해 LPL이 MSI 불참을 선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는 논의 끝에 LPL 팀이 온라인으로 MSI에 참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최지인 부산과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응답 속도(핑) 문제는 참가팀 전원의 핑을 35m/s로 고정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LPL 스프링 시즌 우승팀인 RNG는 상하이시 모처에 마련된 숙소에서 MSI에 참가하게 됐다.
RNG의 온라인 참가를 놓고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국내‧외 관계자들은 한 팀만을 위해 나머지 10개 지역 팀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부분은 라이엇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최정상에 선 중국 리그의 위상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 지역이 갖고 있는 PV 파워 등을 무시하기 힘들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담원 기아와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EDG)이 맞붙은 결승전은 전 세계 7300만 명에 달하는 팬들이 시청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중국 시청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번 온라인 참가가 프로리그의 근간인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그룹스테이지 1일차에 IW(터키)와 맞대결을 펼친 RNG 선수단이 헤드셋을 착용하지도 않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담기면서 파장이 일었다. MSI 규정에 의하면 참가 선수들은 외부 소음원을 차단하기 위한 핑크 노이즈 기능이 탑재된 헤드셋을 사용해야 한다. RNG 선수단은 개인 헤드셋은 물론 이어폰을 착용해 논란이 됐다. 한 선수는 한쪽 귀에서 이어폰을 빼기도 했다. 게다가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비추게 되어있는 캠 카메라는 개수가 모자라거나, 경기 도중 꺼졌다.
봉쇄 장기화로 인해 현재 RNG 숙소에는 심판조차 파견되지 못한 상황이다. 카메라를 통해 주최 측이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코칭스태프와의 실시간 소통 등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를 엄격히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논란이 거세지자 라이엇 게임즈는 하루 만에 입장문을 내고 “상하이시 봉쇄로 인해 경기에 필요한 물자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단을 통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상황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공정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면서까지 RNG의 온라인 참가를 강행해야 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라이엇은 RNG 선수들이 같은 환경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 팀들을 희생해 핑을 고정했는데, 정작 RNG는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갑갑한 헤드셋을 벗고, 맨발이 보이는 슬리퍼 차림으로 스크림(연습)을 하듯 컴퓨터 앞에 앉는다. 원정 팀이 으레 감수하는 패널티도 일절 없다.
RNG의 온라인 참가를 위한 준비 과정이 철저하고 세밀했는지도 의문이다. RNG의 연습실 한 편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한 MSI 배너가 줄지어 자리해 있는데, 쿠키뉴스 취재 결과 이는 상하이 봉쇄 강도가 약했을 때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제약이 존재했을 수는 있지만 모니터와 헤드셋 등 필수 요소 전달보다 배너가 우선시 됐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게다가 라이엇이 고정했다는 핑 역시 현장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숙소와 대회장 내 핑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선수가 체감하는 핑은 30 그 이상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로 인한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도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각 지역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자리인데, 100%의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몇 년간 최강으로 군림해 온 중국 지역의 이탈로 발생할 수 있는 대회의 가치 하락을 막고자 했던 라이엇 게임즈의 입장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RNG의 온라인 참가로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회의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라이엇이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MSI에서 RNG의 귀국 일정을 이유로 타 팀과 상의도 없이 경기 일정을 변경해 한국의 담원 기아가 피해를 입었다. 롤드컵 때는 RNG에게 여유로운 일정을 짰다가 PSG 탈론의 항의에 급히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굳건했던 라이엇을 향한 신뢰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이제는 팬들의 눈치를 봐야 할 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