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져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자에게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척수근위축증은 SMN1 유전자 돌연변이로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이 발생해 근육 약화를 초래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근력저하, 근위축 등 증상으로 움직임이 어렵고, 호흡 문제로 생명까지 위협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데, 국내 환자는 약 200명으로 추산한다.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는 단 한 번의 투약으로 SMA 치료가 가능한 이른바 ‘원샷 치료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졸겐스마 처방이 허용됐지만,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졸겐스마는 1회 투약비용이 미국에서는 25억원, 일본에서는 18억9000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초고가 약제다.
이 때문에 졸겐스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더군다나 SMA 치료 골든타임인 ‘생후 24개월’을 놓칠 처지에 놓인 환아 부모들은 애끓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졸겐스마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선뜻 건강보험급여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12일 졸겐스마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약제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약평위가 약제의 비용효과성 등을 인정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와 보험약가 협상을 펼친다. 협상이 타결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하는 식이다. 이 중 ‘약평위 통과’가 가장 큰 관문인데, 졸겐스마가 그 문턱을 넘었다.
다만 약평위는 졸겐스마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우선, 요양급여 여부를 투약 건별(件別)로 결정하는 ‘요양급여 사전승인’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SMA 치료제인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도 이런 방식으로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또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 및 총액제한’을 급여 조건으로 내걸었다. 투약 후 효과를 못 본 환자의 약값은 일부 환급하고, 일정기간 동안 제약사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약값 총액을 제한하는 계약에 동의해야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번 약평위 심의결과는 SMA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게 됐다.
그동안 혁신신약의 급여 확대를 주장해온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이번 약평위 심의결과에 대해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라는 이유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환우들이 많은 상황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반겼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