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 발전 좀 해야 해. 정치신인보단 거물급 정치인이 오면 아무래도 좋지”
17일 인천 계양구 일대에서 만난 지역민 다수의 말이다. 아무런 지역적 연고 없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 평가는 엇갈렸지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지역구 의원에 선출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지역민 대부분이 동의했다.
현재 계양 신도시 및 계양 지구 재건축 개발 이슈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영향력이 있는 후보가 지역구 의원이 된다면 더 속도감 있게 개발이 될 거란 기대감 때문으로 40·50대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한 호감을 보였다. 60대 이상은 지역 개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 후보의 도덕적 흠결을 이유로 비호감을 드러냈다.
다만,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이 후보에 대한 지적은 전 연령대에서 나왔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도드라졌다.
10년째 계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뽑았다”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리 지역 의원으로 출마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신인보다는 대선후보로까지 나선 이재명 후보가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된다면 지역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이재명 후보 출마로 인해 지역 분위기가 상기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 오름세가 적어 지역민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계양구가 주목받으면서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재명 후보 출마선언 이후에 부동산 투자 문의가 전보다 확실히 늘었다”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분명 지역 발전에 긍정적일 거란 기대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이 후보의 출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정치적 연고 없이 본인 안위만을 위해 안전한 ‘계양을’ 지역구를 택했단 점을 꼬집으면서 안철수 후보와의 맞대결 회피를 지적했다.
계양국민체육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재명이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한 것부터 잘못됐다”며 “행여 나가더라도 자기가 적을 뒀던 ‘성남 분당갑’으로 나가야지 민주당 텃밭인 계양구를 찾아 나오는 자체가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인천이 좋아서 왔겠느냐”면서 “결국 표 받으려고 온 거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또 다른 60대 남성은 이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며 “형수에게 욕설하고, 대장동 다 해먹고는 책임 떠넘기고 이런 사람이 계양구로 온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억만금을 주더라도 이재명한테 투표하는 일은 없을 거다”고 덧붙였다.
20·30대 청년층의 경우에는 지방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대체로 낮았다. 다만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높은 편이었다. 특히 젊은 청년 소상공인들은 이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박모씨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통령 후보까지 한 정치인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으로 나온다고 하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적 연고가 없는 데도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서 집 주소도 옮기고 하는데 지역구가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경인여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후반 여성은 “동네 친구들과 대선 때부터 정치 이야기를 줄곧 해왔는데 청년 관련 정책은 이재명 후보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 같다”며 “국민의힘 후보는 사실 잘 몰라 뽑기 어렵고, 아무래도 인지도 있는 이재명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출마, 인천시장 선거 영향은 미미할 듯
李 지지자 다수 “후보자 정책 보고 판단할 것”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로 인천시장 선거 등 인근 광역지역단체장 선거 판세가 유리하게 변하길 바라고 있다. 현재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박남춘 민주당 후보보다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 조사 결과 다소 우위인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날 만난 시민 대부분은 보궐선거와 인천시장 선거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다르다면서 행정 능력과 지역 이해도를 기준으로 시장 선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도 인천시장으로는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반응이 꽤 많았다.
이재명 지지자임을 밝힌 40대 여성 시민은 “이재명 후보를 뽑을 생각이지만, 시장 후보는 민주당 말고 다른 후보를 뽑을 고민을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과 달리 실질적인 지역 행정을 도맡아 하는 역할이니 정책공약을 보고 마지막에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