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시장에 ‘MZ세대’ 열풍이 거세다. 2030 젊은 층이 와인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와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비 패턴이 다양화되고, 와인 매장도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젊은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샷 등을 공유하는 문화도 와인시장을 키우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수년 전에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초저가의 가성비 와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의 유명 브랜드 와인과 내추럴 와인, 샴페인과 위스키까지 판매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 소주·맥주보다 ‘와인’ 찾는 MZ세대
와인의 인기는 변화하고 있는 술 문화를 보여준다. ‘혼술’처럼 최근 몇 년간 MZ세대의 술 문화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술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이러한 트렌드는 소주와 맥주 등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고급화된 이미지를 가진 와인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또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대도 다양해지는 등 와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즐기고 싶은 MZ세대들이 부담 없이 간편하게 와인을 구매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와인과 위스키 모두 구매할 때 ‘맛과 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음으로 ‘가격’을 고려했다. MZ세대는 고급 술을 마실 때 금액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고급 술의 적정 가격은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29.4%)선이었다. MZ세대가 프리미엄으로 여기는 주종으로는 위스키(52.4%)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와인(38.7%), 보드카(35.4%)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는 ‘홈술’, ‘홈파티’ 등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해 나갔다. 초저가 와인으로 처음 와인시장에 진입한 이후 조금씩 가격을 높이면서 중저가 및 고급 와인을 즐겨 찾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에서 편안하게 마시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데 따른 영향으로,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MZ세대는 향후 지속적으로 와인 애호가로 남을 확률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보틀벙커’
롯데마트의 대형 와인매장인 ‘보틀벙커’는 MZ세대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SNS상에서 보틀벙커를 검색하면 다양한 게시물들이 쏟아진다.
“전세계 4000여종의 와인을 모두 모아 놓은 곳. 심지어 시음도 할 수 있음”, “서울에 친구가 놀러오면 꼭 가봐야 할 서울 명소 중 하나”, “국가별·지역별·품종별로 분류가 돼 있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한눈에 고를 수 있어 와인 덕후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등의 호평이 대부분이다.
보틀벙커는 MZ세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제 보틀벙커 3개점(제타플렉스 잠실점, 창원중앙점, 상무점)의 오픈 이후 실적을 살펴보면, 제타플렉스 1호점은 약 5개월 간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올랐다. 창원중앙점에 선보인 2호점도 두달 동안 매출이 5배 이상 상승했다. 상무점인 3호점 역시 한달 간 4배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특히 상무점의 경우 오픈 당일 대형마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보틀벙커를 이용하는 고객 연령대는 2030세대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빈티지 상품은 물론 '로마네 꽁띠' 같은 1억 원 내외의 최고가 상품, 보틀벙커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품·희귀템들을 선보인 것이 MZ세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탭(Tasting Tab)’과 와인 큐레이션이 젊은 층에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 ‘테이스팅탭’에서는 오픈 이후 5개월 간 판매된 잔와인만 3.5톤이 넘는다. 이를 환산하면 약 7만잔에 육박한다.
고급 빈티지부터 트렌디한 와인까지 총 50~8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스팅탭은 전용 카드에 금액을 충전한 후 기계에 카드를 접촉해 마시고 싶은 와인을 50ml씩 시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평균 2000원대부터 5만원대까지 다양한 와인을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시음 진행 중인 와인은 ‘나우온탭(Now on Tab)’ 조닝에 보틀로 진열돼 시음 후 마음에 든 와인은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테이스팅탭에서 시음을 하던 20대 A씨는 “타매장과 달리 테이스팅탭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와인 종류도 많고 직접 시음해보고 비교 구매할 수 있어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총 10개의 섹션(1섹션 당 8개 와인으로 구성)으로 구분돼 있는 테이스팅탭은 섹션마다 '시즈널 추천', '푸드 페어링', '이럴 때 이 와인' 등의 각 테마를 갖추고 있고, 와인 라인업은 테마에 따라 주기적으로 혹은 스팟성으로 교체된다.
보틀벙커 관계자는 “‘테이스팅탭’을 위해 시음 전용 와인잔을 별도 제작할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며 “MZ세대들이 즐기는 SNS 인증샷에 와인이 가장 보기 좋게 담길 모양까지 생각해 시음량을 30ml에서 50ml로 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보틀벙커의 SNS 계정을 통해 고정 게시물이 아닌 24시간만 노출되는 숏폼컨텐츠로 스팟성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틀벙커는 큐레이션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국가별 와인 분류 외에도 ‘시즈널’, ‘푸드페어링’, ‘모먼트’ 총 3개의 테마로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아울러 와인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치즈 플래터, 샐러드 등 각종 안주도 판매하고 있으며, 와인 외에도 800여 종의 위스키, 전통주, 중국·일본술 등도 구비돼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 경험과 큐레이션에 집중한 보틀벙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보고 있다. 초창기 입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MZ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다. 보틀벙커 관계자는 “보틀벙커가 SNS상에서 큰 인기를 얻는 만큼 MZ세대 고객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고객 경험과 편의성을 강조한 더욱 다양한 와인 큐레이션 등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