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각종 미디어에서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얼굴을 가끔은 보셨을 겁니다. 특히 당 대표나 원내대표 등 각 정당의 지도부를 맡았을 때는 국민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더 많아지죠.
그런데 최근 한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은 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본인이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 알고 있던 분이 장관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인 국회 소속이고, 장관은 행정부 소속인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의문이 생긴 시민분은 친절한 쿠키뉴스에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얼마 전까지 국회의원이었는데 의원직을 포기하고 장관직을 수락한 건가요?”
아닙니다. 헌법과 법률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는 겸직이 허용되지 않지만,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에 한정해서만 겸직이 허용됩니다. 따라서 의원이면서 장관직을 수행하는 모습이죠.
헌법 제43조에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고, 국회법 제29조 1항에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얼마 전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이 각각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에 임명돼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사례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부겸, 도종환, 김영록, 김영춘, 김현미, 김영주 의원 등을 비롯한 다수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역임했습니다.
제정 헌법 당시 ‘의원내각제’ ‘대통령제’ 놓고 갑론을박
두 정치형태 혼합된 대한민국 헌법 탄생
그럼 왜 이러한 헌법·법률 규정이 들어와 있는 걸까요? 대한민국은 엄연한 삼권분립 국가인데 두 권력기관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게 당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배경에는 1948년 대한민국 헌법 제정의 역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할 당시 헌법학자 유진오 박사는 의원내각제를 기반으로 한 헌법안을 만들고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 박사가 미국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두 정치형태가 혼합된 헌법이 탄생했습니다.
미국처럼 순수한 대통령제는 행정부와 의회의 겸직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겸직이 허용됩니다.
그런데 두 정치형태가 혼합된 대한민국 헌정 구조상 대통령제를 채택했음에도 행정부의 국무위원과 입법부의 의원 겸직이 허용됩니다. 과거 정해진 정치형태가 계속 이어오면서 현재도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헌법학자들은 이에 두고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적인 요소를 가미한 헌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