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폭망’, ‘민주당식 내로남불 심판’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참혹한 민주당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의회주의에 입각한 여야 균형이 불가피하다. 대한민국의 주요 권력이 집중된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국회의 핵심 기능인 가운데 정부를 견제하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의 쇄신 노력이 더욱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선의 참패 원인을 민주당의 나태함과 안일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서 짜임새 있는 지선 전략을 꾸렸어야 함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에게만 집중한 이상한 선거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아쉽게 지면서 오히려 악수를 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보통 선거에서 패하고 나면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은 이들의 불만을 읽고 합당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절반의 지지자만을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철저한 패인 분석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출범시킨 비대위에서도 문제의 원흉이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인 지난 3월 개혁형 비대위가 아닌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채 관리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관리형 비대위 체제만으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이재명 상임고문을 사실상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는 숨은 의도에 궁여지책으로만 일관했다.
결국 비대위에서는 여러 형태의 각종 잡음이 일고, 선거 막바지에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차원의 협의 없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내분까지 발생했다. 윤호중·박지현 각 비대위원장 간 갈등, 박홍근 원내대표의 리더십 부재 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돌아가게 되면 결코 바뀔 수 없다고 경고한다. 대선의 책임을 지고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자의반 타의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서면서 지선까지 망쳤다는 비판이다.
더욱 이 고문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지역도 경기도가 아닌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로 정해지면서 자신의 선거 당락과는 별개로 국민적 여론 악화까지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근소한 표 차이로 졌다고 하더라도 패장이니 책임을 져야 하는데 원내 진입하고 당권 잡을 생각에 무리하게 계양을에 출마한다고 하니 당내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며 “대선에 이은 지선 패배의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바로 다음 날인 2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해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친문 의원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재명 고문을 향한 걸로 보인다.
“대선·지선 패인 분석, 불공정 공천·경선 룰 정비 필요”
이종훈 “탈(脫)이재명 해야 민주당 미래 있어”
무엇보다 민주당은 패인분석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패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에도 정확한 반성과 패인 분석 없이 넘어갔는데 비대위 총사퇴로 지선의 패인 분석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거란 우려가 있다.
또 지선 과정에서 줄곧 불거졌던 경선 룰 정비 등 각종 제도 보완도 절실하다. 이번 지선 경합지에서 민주당이 대체로 패한 지역들은 경선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던 곳이 대부분인데 선거 직후인 지금이 최적기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선거 후 패인 분석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대선 때도 안 했고 이번 지선 후에도 비대위 총사퇴로 안 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천 실패 요인이 선거의 주 패인일 수 있는 만큼 다시 경선 및 공천제도를 손볼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소장은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듯이 내리꽂는 방식은 이제 안 통한다”며 “완전개방 경쟁 방식을 도입해 능력 있는 젊은 청년정치인들이 발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혁신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재명 대망론과 거리를 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선후보로 뽑혔고,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나, 한 인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은 더 이상 민주적일 수 없고,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586세대의 점진적 퇴장론도 고려될 걸로 보인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전면 퇴진이란 표현을 써 갈등을 더 키우긴 했지만, 민주화를 위한 역사적 소명을 다한 이들의 점진적 퇴진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걸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정권을 쥐락펴락했던 인사 대부분은 586세대 정치인들로 중도층에게는 민주화에 기여한 세력보다 ‘변질된 기득권층’으로 비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비화 되긴 했지만 86세대들의 퇴진 약속이 제대로 지켜져야 하고, ‘탈(脫)이재명’ 해야만 민주당이 다시 쇄신할 수 있다”면서 “조국의 강이 아닌 이재명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