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정책이 ‘일회용’ 내시경 재료 ‘재사용’ 부른다

건강보험 정책이 ‘일회용’ 내시경 재료 ‘재사용’ 부른다

관절경·복강경·흉강경, 개별 제품 구분 없이 묶어 청구…현황 파악 불가능
“재사용 인한 감염 우려 높아…개별 보상 및 제품 목록화 필요”

기사승인 2022-06-10 06:00:31
발표하는 지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수가개선분과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절경·복강경·흉강경 3대 내시경에 대한 ‘정액수가제’로 빚어진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6년 이후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바뀌지 않는 모호한 ‘묶음형’ 수가제도 탓에 일회용 치료재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암암리에 재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다. 의료기기 재사용은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수가개선분과 과장은 9일 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기기 정액수가 관련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는 올해 4월 치료재료 정액수가제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내용 역시 정액수가제를 유지하되 수가 금액만 인상한다는 내용”이라며 “정액수가제는 제품 추적성이 떨어지고 일회용 제품 다회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지만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대경 시술 시 사용하는 치료재료 예시 이미지. 하나의 시술에 다양한 치료재료들이 포함되지만 제품명, 업체명 상관없이 하나의 시술명 코드로 청구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정액수가’란 개별 치료재료를 개별적으로 보상하지 않고 사용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한데 묶어 만든 코드를 말한다. 일례로 ‘관절경 시 사용하는 비용’, ‘관절경류’와 같이 관절경에 사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명칭, 업체명, 개별 보험상한금액 구별 없이 한 코드로 묶어 청구하는 방식이다.

그 중에서도 복강경, 관절경, 흉강경 ‘3대경’은 2006년 최초 등재된 정액수가이자 가장 큰 문제로 지목돼왔다.

업계에 따르면 3대경 치료재료들 중에서는 몸속으로 들어가 특정 조직을 지지거나 태우는 필라멘트형 일회용 치료재료가 있는데, 이를 재사용하면 내구도가 약해져 끊어질 수 있다. 만약 몸 속에서 해당 치료재료가 끊어진다면 몸속을 돌아다니거나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만약 멸균해서 재사용할지라도 멸균 과정 중에 내구성이 약해지기 쉽고, 내구성을 지키고자 멸균 정도를 약화시킨다면 감염의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법적 기준을 마련해 치료재료의 재사용이 가능한 횟수와 제품을 구분하고 표기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주사기 등을 재사용하다가 생기는 의료 감염을 막기 위해 소모품 비용이나 감염예방에 효과가 있는 치료재료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출된 바 있다. 실제 치료재료를 재사용 하는 의료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3대경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많이 시행되는 시술로 청구량이 크고 침습적인 제품인 만큼, 사용량 파악을 위해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업계의 의견에 따라 2차례 용역연구가 진행됐다.

지 과장은 “정액수가는 개별 제품들에 대한 코드가 없어 사용된 제품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회용 제품을 여러 번 쓰더라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도 재사용 위험성에 공감해 정액수가 재평가를 실시했지만 이번 발표된 안에서도 이에 대한 개선점이 반영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액 인상만을 포함한 이번 3대경 개선안은 재사용 가능성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층 발전된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기존 동일한 금액만을 청구해 신규 제품의 도입을 어렵게 만든다”며 “2차례의 연구용역이라는 이례적인 노력과 고민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유감”이라고 전달했다.

이에 업계는 3대경 정액수가 결과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별 품목의 별도 보상을 요청했다. 업계는 별도보상을 통해 제품 사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일회용 제품의 적절한 사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지 과장은 “치료재료 사용현황 파악 및 일회용제품 다회사용 파악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록화가 핵심 해결과제”라며 “모든 제품들의 개별 보상이 어렵다면 고가이면서 반드시 일회용으로 사용돼야 하는 일부 제품들만이라도 우선 별도 보상해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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