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용의자가 불을 질러 대구 수성구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9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5분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검은 연기와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50대와 진화인력 160명을 투입해 20분 만에 불을 껐다.
이 화재로 변호사 사무실 안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그리고 방화범 총 7명이 모두 숨졌다. 또 같은 건물에서 50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고 이 중 3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는 모두 경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난 건물은 지하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있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또 해당 사무실이 계단과 거리가 멀고 폭발과 함께 짙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 A씨(53)가 대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사업 관련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데 앙심을 품고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에 인화물질을 들고 가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월 재개발사업 시행사를 상대로 8억2300여만 원과 지연이자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이에 항소, 오는 16일 항소심 변론기일이 열릴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CCTV상 방화 용의자가 이날 주거지에서 뭔가 들고 나오는 장면을 확인하고 상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변호사는 자리에 없어 화를 피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성명을 내고 “소송 결과에 앙심과 원한을 품은 나머지 자신의 역할과 직무에 충실해 최선을 다한 상대방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라고 규정하며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 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를 향한 부당한 감정적 적대행위와 물리적 공격행위가 재발해선 안 된다”며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종엽 변협 회장은 10일 직접 대구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법조인을 공격한 보복 범죄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박홍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피고인으로부터 석궁 테러를 당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 배경이 됐다. 2015년에는 고검장 출신 박영수(사시 24회) 변호사가 대리했던 사건의 상대 측이 휘두른 공업용 커터칼에 목 부위를 다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