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귀환이다. 사랑, 우정, 라이벌, 동료애, 좌절과 성장 등 모든 걸 담아내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이, 가장 ‘탑건’다운 모습으로 36년 만에 돌아왔다.
‘탑건: 매버릭’은 교관이 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이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압도적이다.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소개 문구에 걸맞은 화면이 130분 동안 화려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기술을 활용해 최대한의 현실감을 구현해냈다. F-18 전투기의 실제 속도와 파일럿이 느끼는 중력까지 재현했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은 고강도 비행 훈련을 이수해 실제 조종 기술을 익혔다. 그 노력이 스크린에 빼곡히 담겨 빛을 발한다.
파일럿만 비추는 시점과 파일럿이 보는 1인칭 시점을 오가는 카메라 구도 역시 인상적이다. 전투기 조종석 내부에서 촬영 가능한 카메라를 직접 개발하는 등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톰 크루즈는 스턴트를 자처, 비행 장면 촬영 테스트에 임하며 현실감을 높였다. 덕분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비행 장면의 몰입감도 커진다. 그 과정에서 박진감과 쾌감, 희열은 배가된다. 훈련 장면이 수차례 반복돼도 지루함 없이 보여주는 데에는 연출의 공이 크다. 속도감을 갖추면서도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갈등, 고난, 극복 등 여러 변곡점을 충실히 담아낸다. 여기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한스 짐머는 웅장한 음악으로 극에 무게감과 활력을 더한다. 팝 가수 레이디 가가와 미국 밴드 원리퍼블릭도 사운드 트랙에 참여했다.
화려한 화면이 전부는 아니다. 매버릭을 둘러싼 이야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전개에 힘을 싣는 건 전작 ‘탑건’이다. 전편을 오마주한 흔적이 엿보인다. 에비에이터 선글라스와 항공 점퍼, 붉게 물든 석양과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젊은 배우들 등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을 곳곳에 심었다. ‘탑건’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탑건’을 봤다면 매버릭이 구스에게 갖는 죄책감이나 아이스맨에게 느끼는 유대감 등 매버릭의 근원적인 감정이 더 와닿는다. 구형으로 전락한 F-14 전투기도 더 반갑게 느낄 수 있다.
톰 크루즈가 보여주는 활약은 이름값 이상이다. 직접 소화한 항공 액션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액션은 물론 매버릭의 여러 감정을 완벽히 소화한다. 덕분에 관객은 매버릭의 심경에 자연히 녹아든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고공 전투 장면은 전율이 일게 한다.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그가 얼마나 대체 불가한 배우인지 체감된다. 전작 ‘탑건’에서 주축이 됐던 발 킬머의 존재감도 빛난다. 마일즈 텔러, 글렌 포웰, 제이 엘리스 등 신예 배우들 역시 각자 캐릭터에 맞는 활약을 펼친다.
형 만한 아우 없다는 말은 틀렸다. 적절한 갈등 구조와 틈틈이 등장하는 웃음 포인트, 때로는 마음 한쪽이 뭉근해지는 감동까지 여러 볼거리가 준비됐다. 지상전이나 카 체이싱과 다른, 항공 액션만의 확실한 짜릿함이 있다. 크레딧에도 신뢰할 만한 이름이 가득하다. 타이틀 롤을 맡은 톰 크루즈도,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작품의 제목인 ‘탑건’까지도 기존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아이맥스, 스크린 엑스, 4Dx 등 여러 포맷으로 즐길 만한 영화다. 오는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쿠키 영상 없음.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