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 없는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허구” [르포]

“민주유공자법 없는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허구” [르포]

기념식 전 민주열사 유족들, 삭발식 거행...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한덕수 “민주화 공헌·희생자 예우할 것”
우원식 “박종철·이한열 빼고 민주화 말할 수 없어”

기사승인 2022-06-10 18:17:26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단은 10일  오전 ‘6월 민주항쟁 35주년 기념식’에 앞서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개최했다.   사진=황인성 기자

‘6.10 민주항쟁 제35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대한성공회 주교좌 성당 앞 광장은 큰 메아리로 가득 찼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민주유공자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란 유족들의 목소리로 이날에는 삭발식까지 펼치면서 간절함으로 호소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함께 자리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을 입법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우원식 의원은 삭발식 참석 후 쿠키뉴스와 만나 “오래전부터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 입법 노력을 해왔지만, 운동권 의원들의 ‘셀프보상법’이라는 보수진영의 왜곡된 프레임에 따라 민주유공자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도록 한 동력이 민주화와 산업화라고 한다면 전태일·박종철·이한열을 빼고 얘기할 수 없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울러 “20년 넘게 제정되지 못한 민주유공자법을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식 시작이 다가오자 내외빈들이 기념식 장소인 성당 안으로 입장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얼굴을 비췄고, 이어 우원식, 우상호 민주당 의원들도 자리했다. 또 인재근 의원도 식이 시작될 시점에 맞춰 도착했다.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도 얼굴을 비췄다. 

기념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황인성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룩한 이들을 예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로 세계 역사를 다시 썼다”며 “정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세계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밖으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세계 시민과 나누고, 안으로는 국민통합을 이뤄내 더 단단한 대한민국 만들겠다”며 “민주화에 공헌하고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이를 기념하고 예우해 ‘독립’, ‘호국’, ‘민주’ 가치가 민주공화국을 탄생시킨 정신임을 기억하겠다”고 역설했다.

40여 분에 걸쳐 진행된 기념식 내내 일부 참석자들은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는 정부가 적극 나서 관련법 제정에 나서주길 바랐다. 

특히 기념식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한 이들에 대한 정부의 포상도 있었다. 정부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9명에게 국민훈장(모란장), 국민포장, 대통령 표창 등을 수여했다. 국민훈장은 유족들이 유공자들을 대신해 수여했다.

기념공연 모습.   사진=황인성 기자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기념식은 정부 포상 후 이어진 기념 공연이 펼쳐지자 엄숙해지기까지 했다. 

김덕기 지휘자의 지휘로 코라아쿱 오케스트라가 ‘그날이 오면’ 곡을 연주했고, 이어 가수 하림과 화성여울초등학교 송예준 어린이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기립해 6·10 민주항쟁의 공식 노래인 ‘광야에서’를 함께 부르자 일부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강성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은 이날 기념식 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총리가 언급했듯이 독립, 호국, 민주 이 세 가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관련된 중심적인 가치”라며 “그 가운데서 민주의 가치가 독립과 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직 제대로 예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왜곡된 주장들을 하면서 반대하고 있는데 “민주유공자법은 사망자와 부상자 등 극히 제한적인 분들에 한해 예우하고자 하는 것이고, 제출된 법안의 실제 내용을 들어보면 일부 여론에서 얘기하는 것과 전혀 내용이 다르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법안 마련을 위해 더욱 적극 나서주길 강력히 촉구했다, 강 부이사장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법안을 통해서 세워나가면 국가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의 좌우논리를 떠나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보내졌다.  

대통령 중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처음 기념식에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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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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