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Monkeypox)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최고 수준의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사무소장은 15일(현지시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럽 25개국에서 전세계 원숭이두창 총감염자 85%인 1500명 이상이 보고돼 유럽이 유행 급증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더 오래 퍼질수록 확산 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굳어진 바이러스성 질환이지만 전세계 국가에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1806명에 달한다.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1192명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3일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할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총장은 지난 14일 “원숭이두창 발병이 이례적이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경우, 국가 간 전파 위험이 큰 경우, 사건이 이례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 국제 무역이나 교통을 제한할 위험이 큰 경우 등 4개 요건 중 2개 이상이 해당할 때 선포된다.
WHO는 지난 2020년 1월3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6번째다. 과거에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WHO 회원국은 발병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감염 환자 격리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할 것을 권고 받는다. 다만 ‘권고’일 뿐 처벌이나 강제의 대상은 아니다. 국제 의료 대응 체계도 꾸려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국가간 공조, 협력하고 서로 공동 대응을 촉구하자는 그런 선언적 의미”라며 “국제적으로 자금을 대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거나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고 이런 측면에서는 변화가 있겠지만 한국 내부 대응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숭이두창의 경우에는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느리지만 역학조사나 추적이 어렵고 이미 지난 4월부터 은밀히 퍼지기 시작해 WHO로서는 상황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또 경각심을 촉구하는 취지도 있다”면서 “코로나19 당시 중국 눈치 보느라 비상사태를 지나치게 늦게 선언했다는 비판이 높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서두르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