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피 필수과에 대한 위기가 더 심화돼가고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이하 흉부외과)가 전공의 지원자 감소, 전문의 고갈, 저수가 제도 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7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는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흉부외과가 맞은 위기와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흉부외과는 성인심혈관(대동맥, 말초동맥, 판막, 관상동맥 수술, 심장이식), 소아심장(선천성 심장수술), 일반흉부(폐암, 식도암, 종격동 종양, 폐이식), 중환자(에크모, 흉부외과 중환자 치료), 외상(흉부외상 치료) 5가지 진료 분야로 이뤄져 있다. 생명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최전선 의료인들이 모인 학과다.
흉부외과에서는 전공의 지원자 감소, 전문의 고갈, 저수가 제도 문제 등 어려움을 오랜 기간 토로해왔다. 먼저 고령화 문제가 대두됐다.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학회 등록 전문의 회원은 현재 1535명으로 이 중 65세 미만 활동 연령 전문의는 1161명이다. 50대 이상 회원은 60.8%인 707명으로 전형적 역피라미드식 고령화 구조다.
흉부외과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공급은 적다.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상황은 지난 2017년 29명 이후 2018년 22명, 2019년 21명, 2020년 21명, 2021년 20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1993년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오는 2024년이면 은퇴 전문의가 배출 전문의를 역전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게 흉부외과학회 예측이다. 올해 은퇴자는 24명, 배출 전문의는 32명로 예상한다. 내년에도 20명 32명으로 배출 전문의가 더 많을 전망이다. 하지만 2024년에는 은퇴 32명, 배출 21명으로 상황이 역전되고, 2025년엔 33명 19명으로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흉부외과학회는 “활동 전문의 1161명의 37.5%(436명)이 10년 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며 현재 추세면 전문의 충원은 10년간 200명 내외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전체 활동 전문의 수는 1000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4년 연간 30명 이상의 전문의 부족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09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에서도 흉부외과 전문의가 324~1233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또 전문의 수급 붕괴로 기존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번아웃’(burn out) 현상, 지역의료, 소아의료 붕괴 현상이 보고되며 흉부외과 분야 의료 공백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소아 심장 수술 분야는 이미 붕괴했다는 게 흉부외과학회 판단이다.
의사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흉부외과학회는 지난 2019년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문의는 주말 제외 평균 63.5시간, 1일 평균 12.7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도 근무하며 1개월 평균 당직 일수는 평균 5.1일로 병원 외의 대기 근무는 한 달에 10.8일에 이르렀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소속 흉부외과 전문의 51.7%가 번아웃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정책에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흉부외과는 고난이도 고위험 특성상 노동집약적, 장비 집약적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의료 정책은 이런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비현실적으로 낮은 의료 수가를 흉부외과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술 참여 필수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진행되지 않아 인력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경환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장)은 “전국에 흉부의과 전문의가 수련 가능한 곳이 45개다. 그런데 1, 2, 3, 4년차가 모두 있는 병원이 전국에 5개다. 인력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라며 “이 문제를 벌써 십여 년 전부터 이야기해왔지만 잘 해결이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서 흉부외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정부와 국회에 △흉부외과 및 필수의료과 대책 위원회(가칭) 설치 △흉부외과 위기에 대한 정부 주도 조사 △흉부외과 진료수가 합리화와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