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녀(신시아)는 숲속에서 경희(박은빈)에 의해 발견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소녀에겐 경희와의 만남은 다음 행보가 정해지게 되는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신시아 배우 신시아에겐 영화 ‘마녀(魔女) 파트2. 디 아더 원(Part2. The Other One)’이 경희 같은 존재다. 소녀가 경희를 통해 처음 발견된 것처럼, 신시아는 ‘마녀2’로 관객들에게 처음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됐다.
신시아가 1408:1의 오디션을 뚫고 새로운 ‘마녀’ 시리즈 주인공으로 선택된 이유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새롭게 소개되는 마녀 캐릭터에겐 신비감이 필요했다”고 ‘마녀2’ 언론 시사회에서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시아는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를 그때 처음 들었다고 했다. 오디션 당시엔 그렇게 경쟁률이 높았는지도,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저 자신이 영화관에서 재밌게 봤던 ‘마녀’의 후속작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에 고민하지 않고 지원했을 뿐이다.
“2020년 9월쯤 ‘마녀’ 후속작 오디션 공고가 올라온 걸 보고 지원했어요. 배우로서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감독님이셨거든요. 1, 2차 오디션은 지정 연기 대본을 보내주시면 연습해서 영상을 찍어 제출하는 형식이었어요. 3차부터는 감독님을 직접 뵙고 제가 준비해간 자유 연기를 했어요. 이후 감독님을 4~5번 더 뵙고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미팅을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많은 대화를 나눴죠. 제 얘기를 따뜻하게 잘 들어주셔서 편안하게 속마음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 4월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까지도 제가 될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날 바로 ‘마녀2’ 대본을 받고 액션스쿨에서 액션 연습을 한 다음 3주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몇 달 동안 오디션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역할을 맡을지, 어떤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신시아는 합격 후 받은 대본을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자신이 연기하기 위해 최소한의 감정을 가지려 했다.
“소녀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굉장히 특이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계속 질문하면서 소녀에 대해 알아가려고 했어요. 촬영 전엔 그렇게 소녀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간 이후엔 무(無)의 상태인 소녀를 표현하는 데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분석한 것들을 다 버리고 비운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습니다. 박훈정 감독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지금 가장 기억나는 건 ‘넌 소녀야’라는 말씀이에요. 제가 저를 믿고 연기할 수 있는 용기가 된 한마디였습니다.”
신시아가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 ‘카르멘’을 보고 전율을 느낀 게 시작이었다. 한 번만 더, 한 번 더 볼 때마다 좋았다. 그렇게 같은 뮤지컬을 다섯 번을 봤다. 그때부터 뮤지컬과 연극을 일주일에 4편씩 보며 작품 일부라도 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도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임하잖아요. 관객을 생각하며 다 같이 만드는 종합적인 결과물이죠. 그게 정말 인상 깊었고 멋있었어요. 제가 배우 일을 하는 것에 확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예요. 실제로 영화에 참여해보니 연극, 뮤지컬처럼 많은 스태프의 노력과 열정이 들어가요. 제가 꿈꿨던 것과 딱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 당시(14일)는 아직 ‘마녀2’가 개봉하기 전이었다. 신시아는 “영화가 개봉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팬데믹 영향으로 많은 영화들이 오랜 기간 개봉을 미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 가서 ‘마녀2’를 보려고 예매를 많이 해놨다며 웃는 신시아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자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어떤 배우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다음부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항상 고민해왔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다양한 피드백들을 받게 될 거잖아요. 좋은 얘기도 나쁜 얘기도 있겠죠. 다양한 반응을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휩쓸려서 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중심을 잘 지키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