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간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용광로가 됐다. 한여름 무더위 때문이 아니다. 그룹 세븐틴이 연 단독 콘서트 ‘비 더 선’(BE THE SUN) 때문이다. “태양을 향해 불 붙여라”(세븐틴 정규 4집 타이틀곡 ‘핫’ 가사)라고 노래하던 패기는 이날 노래와 춤, 눈물로 되살아났다.
첫 곡 ‘핫’(HOT)부터 그랬다. 태양을 형상화한 원형 철제 소품에선 불길이 넘실댔고, 전자 기타가 내는 거친 소리는 열기를 객석으로 전했다. 멤버들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체력 분배를 잘하려고 했는데, 팬들을 보니 전력을 다하게 됐다”는 호시의 말처럼, 일사불란한 춤 동작마다 열정과 열심이 묻어나왔다. “메이크 섬 노이즈!” “아오~!” 멤버들이 이런 기합을 넣을 때마다 공연장 온도가 1도씩 높아지는 듯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이후 세븐틴이 처음 여는 대면 공연이었다. 2년 전 팬데믹으로 일본 돔 투어를 취소해야 했던 세븐틴은 이날 “꽉 찬 공연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며 감격에 젖었다. 디노는 “‘마치’(March)를 부르다가 눈물이 날뻔 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고, 조슈아는 “함성 소리가 너무 그리웠다”면서 귀에 꽂은 모니터링용 이어폰을 빼고 관객들 목소리를 온몸으로 머금었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 같던 공연은 무대에 따라 온도와 분위기를 바꿔 입었다. 퍼포먼스 유닛인 준·호시·디에잇·디노가 노래 ‘문워커’(MOONWALKER)와 ‘웨이브’(Wave)에 맞춰 춤을 출 땐, 우주 속 태양에 가까워진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였다. 보컬 유닛 정한·조슈아·우지·도겸·승관은 발라드곡 ‘나에게로 와’,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를 선곡해 봄날 태양처럼 따뜻한 느낌을 줬다. 열기는 힙합 유닛 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의 ‘게임보이’(GAM3 BO1)와 ‘백 잇 업’(Back it up)을 거치면서 다시 절정으로 치달았다. 흥에 겨운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뜀박질했다.
공연 제목 ‘비 더 선’은 세븐틴이 지난달 발매한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과 연결된 의미를 담고 있다. 디노는 “음반에서 우리가 태양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공연에는 (태양으로 인한) 그늘을 걷어내고 빛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세븐틴은 ‘록 위드 유’(Rock With You), ‘만세’, ‘레디 투 러브’(Ready To Love) 등 밝고 에너제틱한 곡으로 선곡표를 채워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호시는 “이번 공연에선 감동을 뺐다”며 “패기와 객기만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븐틴이 앙코르 무대에서 선보인 ‘헤븐스 클라우드’(Heaven’s Cloud)는 멤버들과 관객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노래였다. ‘너와 함께 있는 이곳이 천국’이라는 메시지가 그랬다. 멤버들은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표정과 눈빛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린다”며 “이게 진짜 사랑”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팔꿈치 수술을 받아 깁스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오른 정한은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공연을 포기할 순 없었다”면서 “내 인생 에피소드에 오늘을 담고 싶었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날 공연엔 관객 1만7500여명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에서 열린 공연 가운데 최다 관객 규모다. 공연은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송출됐다. 세븐틴은 26일 하루 더 서울 공연을 열고, 오는 8월 북미로 떠난다. 8월10일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미국 시애틀,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등 북미 12개 도시를 찾는다. 이후에는 아시아로 회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태국 방콕 등 4개 도시에서 공연하고, 오는 11월과 12월에는 일본에서 돔 투어를 연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