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 보호자가 응급실 바닥과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용인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가족이 의사에게 낫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만이다. 병원계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서구 아미동 부산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죄)로 6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A씨는 24일 오후 9시45분 응급실 입구에서 자기 몸과 병원 주변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페트병에 담아온 2ℓ의 휘발유를 자신의 몸과 병원 바닥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불은 병원 의료진이 소화기 등을 이용해 5분여 만에 진화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왼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2~3도 화상을 입고 부산대병원 중환사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응급실 환자 보호자로 부인을 빨리 치료하라며 고성을 피우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방화 시도로 응급실 환자 18명과 의료진 29명 등 모두 47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응급실 운영도 11시간 가량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5일에는 경기 용인시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70대 남성이 미리 준비한 낫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목덜미를 찍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11일 이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던 자신이 아내가 숨지자 병원 측 조처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5일 대한병원협회에서는 입장문을 내 “용인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 상해사건 아픔이 해결되기도 전에 불행한 사건이 또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응급실은 최일선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방화·폭행·상해·협박 등의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4시간 응급실 현장을 지키는 보건의료인과 진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안전한 진료환경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조속한 시일내에 논의할 수 있는 ‘(가칭)응급실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 TF’를 구성하여 기존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