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가 날아오를 때 의자도 함께 기울어요” “양옆에 화면이 펼쳐져 전투기 조종 게임을 하는 기분이에요” 4DX와 스크린X(ScreenX) 등 특별 상영 포맷들이 영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과 함께 날아올랐다. 특히 ‘탑건: 매버릭’을 보기에 적합하다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주효했다. 지난달 CGV에서 ‘탑건: 매버릭’을 관람한 사람 중 기술 특별관 관객 비중은 39.4%(CGV 추산)에 달한다.
CGV에서 상영되는 ‘탑건: 매버릭’ 특별 포맷 작업은 이지혜 CJ 4D플렉스 4DX 스튜디오 팀장과 오윤동 CJ 4D플렉스 스크린X 스튜디오 팀장이 도맡았다. 이 팀장과 오 팀장은 각각 2014, 2015년부터 4DX와 스크린X 포맷을 선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모가디슈’,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듄’, ‘알라딘’,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아쿠아맨’, ‘부산행’ 등 이들을 스쳐간 영화만 여럿이다. 글로벌 기준 총 697편의 작품이 4DX로 관객들과 만났고(2014년~2021년), 76편이 스크린X로 탄생했다(2015년~2021년). 전 세계 4D 스크린 중 CGV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스크린X는 멀티 프로젝션 시스템 관련 특허만 97개를 보유한 CGV 독자 기술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4DX와 스크린X는 영화산업의 새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OTT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CGV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특별관 부문의 성장에 집중한 CGV는 지난달 기준 전 세계 72개국 1133개관, 국내 89개관의 4DX·스크린X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4DX와 스크린X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지혜, 오윤동 팀장을 만나 ‘탑건: 매버릭’의 특별 포맷 작업 후기부터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탑건: 매버릭’은 타 작품보다 4DX 효과가 더욱 화려하게 들어갔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스크린X 역시 타 작품보다 더욱더 많은 장면에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죠.
“4DX 상영은 초창기엔 모션체어 활용법을 보여주다가 중반부터는 감독의 연출 의도를 부각하고 주요 서사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기술에서 감독으로 무게추가 옮겨온 거예요. 지금 방향은 관객에게 향해있어요. 4DX 관람을 통해 관객이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화면 속 배우에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탑건: 매버릭’ 역시 이런 의도 하에 작업했어요. 장면마다 맥락을 파악하고 비행기 움직임부터 배우가 느꼈을 반동과 관성까지 분석해 표현하려 했어요. 배우의 표정과 몸짓에 초점을 맞춰 풍부한 효과를 넣는 것에 주력했죠.” (이지혜 CJ 4D플렉스 4DX 스튜디오 팀장, 이하 이)
“‘탑건: 매버릭’은 저희가 참여한 역대 작품 중 가장 많은 스크린X 효과가 나와요. 전체 분량의 절반 정도거든요. 관객분들은 스크린X를 경험한 물리적인 시간을 재진 않아요. 중요한 건 체험 후 느끼는 만족도죠. ‘탑건: 매버릭’은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이에요. ‘‘탑건: 매버릭’은 스크린X로 봐야 숨겨진 부분도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날 정도예요. 제작자로서는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활강하는 것처럼 느끼길 바랐어요. 영화 성격이 스크린X와 잘 맞는 만큼 의미 있던 작업이었어요.” (오윤동 CJ 4D플렉스 스크린X 스튜디오 팀장, 이하 오)
Q. 완성본을 본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반응은 어땠나요.
“만족해하셨어요. 그러면서 ‘이 전투 장면에선 이런 느낌이 더 살았으면 좋겠다’ 등 구체적인 피드백도 주셨죠. 감독님의 의견까지 반영해 4DX를 전 세계에 선보였어요. 4DX 모션에서 매버릭의 전투 스타일이 느껴졌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이)
Q.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특히 스크린X는 별도로 영상을 수급해 작업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죠.
“흔히들 스크린X에 대해 두 가지 오해를 갖고 계세요. 본편 제작사가 영상을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 기존 화면을 늘리는 것뿐이지 않냐는 말을 듣곤 하죠. 하지만 스크린X는 저희가 양옆 화면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일일이 제작하는 거예요. 제작사에서 본편 CG 설정을 그대로 전달받아 똑같은 디자인, 동일한 톤으로 스크린 CG를 만들어요. 감독, 제작자와 긴밀한 협의 없이는 작업이 이뤄질 수 없어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데요, ‘탑건: 매버릭’은 톰 크루즈를 설득하는 게 작업의 전제 조건이었어요. 파라마운트 제작 영화 중 스크린X로 선보인 작품이 없었거든요. 당시 담당 PD가 영국에 직접 가서 톰 크루즈를 설득하고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어요. 뿌듯한 순간이었죠.” (오)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작품 선정이에요. 연간 개봉 라인업을 받고 어떤 걸 4DX로 선보일지 면밀히 살피죠. 보통은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위주로 작업해요. 서사, 감정 흐름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어느 대목에 어떤 효과를 넣을지를 기획, 설계합니다. 효과가 들어가지 않는 구간도 ‘정적 효과’로 생각하며 연출해요. ‘귀멸의 칼날’을 작업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4DX는 물리적 한계를 깨는 비현실적인 장르와 잘 맞거든요. 애니메이션과 궁합이 좋아요. ‘귀멸의 칼날’ 4DX 작업 땐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며 모든 팀원들이 캐릭터 분석에 매달렸어요. 장르 특성상 팬 분들은 N차 관람하며 작품을 집요하게 분석하는 만큼 작업도 더욱 꼼꼼히 진행했어요. 노력 덕인지 일본 내 4DX 상영 작품 중 최고 기록을 냈어요.” (이)
Q. 앞으로 4DX와 스크린X로 선보일 작품은 무엇인가요.
“금주 개봉하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스크린X로 만날 수 있어요. 기가 막힐 정도로 효과가 잘 나왔어요. 스크린X 포맷 상영작 중 역대 관객 수 1위가 ‘보헤미안 랩소디’인데,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담은 ‘엘비스’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스크린X로 ‘엘비스’를 보시면 공연장에 자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음 달 개봉하는 ‘불릿 트레인’도 스크린X로 선보입니다.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인데, 스크린X로 보면 남다른 공간감과 깊이감을 경험할 수 있어요. 오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서는 스크린X로 짤리는 부분 없이 학익진을 온전히 볼 수 있습니다. ‘비상선언’도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그린 만큼 ‘탑건: 매버릭’과 비슷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오)
“4DX 역시 ‘토르: 러브 앤 썬더’, ‘한산’, ‘불릿 트레인’, ‘비상선언’을 작업했어요. ‘한산’은 해상 전투를 온전히 체감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다음 달 개봉하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도 4DX로 준비 중이에요. 비현실적인 ‘K도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거친 효과를 구현하려 해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이)
Q. 스크린X는 K팝 아이돌 콘서트 상영 포맷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블랙핑크 더 무비’,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등이 호평을 얻었죠.
“공연물은 스크린X 상영에 적합한 장르예요. 게다가 K팝 아이돌을 징검다리 삼아 스크린X 플랫폼을 해외에 홍보할 수도 있죠. 공연 장르를 즐기는 관객들은 스크린X에 호의적이에요. 스크린X가 일반 영화보다 더 비싼데도 소구한다는 건 가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한다는 의미기도 해요. 관객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스크린X 포맷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도 준비 중입니다.” (오)
Q. 2D 상영에 비해 4DX와 스크린X는 영화의 경험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두 분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나요.
“팬데믹 동안 극장 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럴수록 특별 상영관만이 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했죠. 개인이 가정에서 OTT로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극장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관람, 체험보다 공감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엔 큰 좌석, 풍부한 사운드, 널찍한 스크린도 있겠지만 실은 내가 누구와 영화를 볼지, 보고 나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가 더 중요하잖아요. 극장 오는 길이 설레어야 하고, 밥 먹고 차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장이 품은 가치는 다양해요. 그 안에서 저희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싶어요.” (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공감이에요. 4DX 포맷은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봐요. 4DX를 낯설어하고 그다지 즐기지 않는 관객이 많거든요. 그만큼 발전 여지가 많은 것이기도 하죠. 체험과 관람을 넘어 저희 포맷만이 가진 몰입감을 전해주고 싶어요. 4DX 효과만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이끌어내는 수준에 도달하는 게 목표예요. 저희만의 오리지널 IP나 콘텐츠로 이런 가치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저희의 노력을 온전히 느껴주시길 바라요.” (이)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