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가 하루 남았다. 당 일각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만 윤리위에서는 품위유지 위반 여부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수석이 경찰수사를 받으면서 이 대표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의 징계를 앞두고 당내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측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비판하는 측에선 이 대표의 문제 해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 행보를 직격했다. 그는 “본인이 20대의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건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횡설수설 시간을 보내기엔 이 대표를 지지하던 사람들에게 가혹하다”고 비난했다.
당 외부인사도 이 대표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가 모든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의 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난처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측에선 수사와 윤리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더불어민주당식 ‘유죄추정’을 멈춰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민주당식 유죄추정에 반대한다”며 “잘못이 있다면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비판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도 “국민의힘이 무죄추정과 증거주의 원칙을 버리고 의혹 제기만으로 이 대표의 거취를 논하고 있다”며 “원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윤리위가 다가오면서 이 대표의 발언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토사구팽’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손절이 웬말이냐 익절이지”라고 말했다.
손절은 주식에서 매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판매해 손실을 입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반면 익절은 매입한 가격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해 이익을 남길 때 사용한다.
이 대표의 손절과 익절 발언은 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를 승리한 후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당 지도부에 남기는 메시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근거가 내부에서 주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품위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리위는 유죄냐 무죄냐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품위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죄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