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김태리 “연기는 어차피 다 거짓말” [쿠키인터뷰]

‘외계+인’ 김태리 “연기는 어차피 다 거짓말”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23 07:00:01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김태리는 흥행 타율이 높은 배우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부터 ‘1987’(감독 장준환),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넷플릭스 ‘승리호’와 tvN ‘미스터 션샤인’·‘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그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여럿이다. 그런 김태리가 이번엔 최동훈 감독과 손을 잡고 영화 ‘외계+인 1부’를 선보인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리는 여느 때처럼 엉뚱하면서도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작품 선택 계기를 묻자 주저 없이 “최동훈 세 글자 때문”이라 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우리의 감정이 커져서 우리 모두의 아이 같은 영화가 ‘응애!’하고 나오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몰라요!” 그는 인터뷰를 나누는 1시간 동안 ‘외계+인’에 뜨거운 애정을 쏟아냈다. 

‘외계+인’은 현대와 고려 시대, 두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된다. 김태리는 고려 말에 살고 있는 이안 역을 맡았다. 수준급 무술 실력을 갖춘 데다 권총을 들고 다녀 ‘천둥 쏘는 처자’로 불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독특한 영화에 등장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김태리는 이런 점에 끌렸다.

“일단 감독님에 대한 큰 믿음이 있었어요. 장르가 복잡한 건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요. 새로운 걸 좋아하거든요. ‘승리호’도,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그래서 도전했어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처음 시도하는 것엔 늘 의의가 있다고 봐요. 그것만으로도 ‘외계+인’에 뛰어들 수 있는데, 심지어 최동훈 감독님의 신작이잖아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말맛’이 느껴지는 대본이었다. 387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하며 김태리는 변화하고, 성장했다. 염정아와 조우진의 연기에는 감탄도 했단다. 이안에게도 푹 빠졌다. “기억력이 특출나게 나빠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으로 회피한다”고 말하던 그는 “이안은 회피하지 않는다. 옳다고 생각하면 무작정 달려간다. 이런 지점이 나와 참 달랐다”며 캐릭터를 추켜세웠다. 상반된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갔는지를 묻자 연기 지론을 펼쳤다.

“연기는 다 거짓말이라 생각해요. 배우는 가장 진짜 같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저는,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어차피 거짓말이니까 내 안에서 비슷한 실마리를 찾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든 하나만 택하면 되는 거죠. 중간에 포기만 하지 않으면 돼요. 그래서 저는 이 캐릭터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집중했어요. 저보다 이안이 낫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모든 인간에겐 각자 사정과 한계가 있는 거잖아요. 나 자신을 굳이 하찮게 볼 필요가 없는 거예요. 혐오의 시대를 벗어나야 진짜를 볼 수 있죠.”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 여러 배움을 줬다. 정해진 콘티(촬영용 연출 대본)에 맞추는 것보다 유연한 작업을 선호하는 만큼, 자유롭게 촬영이 진행됐다. “온종일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대사를 생각하곤 했다”고 돌아보던 김태리는 “뭔가를 이뤄낸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감독님의 작업 방식에서 여러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안 캐릭터에 대한 담론도 활발히 나눴다. “감독님이 ‘이안이는 멋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저는 멋진 걸 그만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동안 했던 캐릭터가 다 멋있었거든요. 인간적인 느낌이 살면 좋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수용해주시더라고요. 함께 캐릭터를 잡아갔던 기억이 나요.”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여러 도전에 나섰던 작품이다. 액션도 그랬다. 액션스쿨부터 기계체조까지 다양한 걸 배우며 이안을 준비했다. 극 중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총격 장면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얻어걸린 장면”이라고 평하던 김태리는 “힘도 줘본 놈이 빼지 않나. 액션 연기가 그렇다. ‘외계+인’에서 힘주는 법을 배워봤으니 다음 작품에선 액션을 더 잘해내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외계+인’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는 자신이 감명받아 쓴 메모가 있다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는 운명이라는 말을 늘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미래가 결정돼 있으면 현재의 제가 열정을 가져봤자 뭐하겠어요. 그런데 최동훈 감독님과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너무 좋아서 메모했거든요. 읽어드릴게요. ‘‘외계+인’은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희망 같은 운명을 위해 달리는 개인의 이야기다. 모든 건 정해져 있지만 그걸 만들어내는 건 관계, 의지, 목적, 사랑, 희생이다. 가만히 있다가 주어지는 손쉬운 운명은 아니다. 그건 영화가 될 수 없다.’ 정말 멋진 말 아닌가요? 듣자마자 바로 적어놨어요.”

김태리는 ‘외계+인’을 거치며 여유가 생겼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단 걸 느꼈어요. 내가 이 정도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니 태도부터 여유로워지더라고요.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표현은 싫어요. 의기양양해진 게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죠.” 과거 모습을 돌아볼 용기도 얻었다. 수많은 고민을 거쳐 자신만의 해방일지를 쓰게 된 셈이다. 털털하게,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엔 근심과 걱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이잖아요. 이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드러내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아요. 김태리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변화할 거거든요. 지금의 제가 부족해 보여도 괜찮아요. 그건 2022년 7월의 김태리일 뿐이잖아요. 저는 더욱더 달라질 거거든요. 저도 앞으로의 제가 정말 기대됩니다.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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