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이 8·28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권 전 비대위원은 지난 14일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민주당은 독재와 싸워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고, 죽음을 건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제를 부활시킨 정당"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어떠냐? 민주당이 세운 정신과 가치는 어디로 갔냐. 성 비위 문제를 감싸는 민주당,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 탈당을 하는 민주당, 부끄럽다"라고 현재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택 문제를 얘기해온 권 전 비대위원은 사실 원외고 청년이기 때문에 최고위원 선출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왜 출마했고 그가 생각하는 민주당에 대해 듣기 위해 지난 20일 국회의사당역 근처 커피숍에서 권 전 비대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권 전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 제시하려고 출마해”
- 지난 14일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셨잖아요, 1주일이 지났는데 어떠세요?
“일단 원외고 아직 정치적으로 입지가 두텁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문턱이 높더라고요. 근데 다른 측면으로 민주당이 변하기 위해서 저처럼 원외나 아니면 예를 들면 기존의 민주당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목소리 많이 내야 한다는 응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어떤 부분에서 문턱이 높다고 느끼세요?
“제가 등록할 때 청년이라서 기탁금 할인을 받았는데도 25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후원회 구성해야 되는데 그걸 하는 실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가 도움을 받는데 되게 친구들한테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만약에 이 친구들이 없었거나 제가 250만 원을 당장 현금으로 내기 어려웠다고 하면, 아예 출마조차도 못 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왜 최고위원 출마한 건가요?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서요. 국민들이 보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이 보통의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를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친명/반명 구도에 갇혀 새로운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까 우려되었습니다.”
- 민주당 전당대회가 지금 보면 친명 반명 구도로 가는데 그게 좋을까란 의문도 있어요.
“그렇죠. 그것 자체가 민주당의 방향일 수 없잖아요. 민주당의 방향을 논하는 전당대회가 되면 했어요. 저는 예를 들어 친명도 반명도 아닌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등장하려고 했어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비전은 이런 거였어요. 민주화 이전에 정치가 해야 될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시민들을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혹은 아니면 제도적 민주주의를 만들어내는 것들이 과제였죠. 근데 그것이 지금은 이루어졌어요. 이젠 민주화 이후에 발생한 문제들이 더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죠.”
- 민주화 이후 문제라면 뭘까요?
“아주 대표적으로 불평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전에도 불평등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심화되었죠. 저는 제 친구들이 누구의 부모로부터 태어나는가로 자기의 삶이 결정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느 대학에 가느냐와 첫 번째 직장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삶의 경로가 돌이킬 수 없게 달라져 버리는 것이죠. 프리랜서, 세입자가 느끼는 불안과 모멸이 만연한데 이것을 집요하게 다루는 정치는 없는 상황이지요. 이것을 완화해내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 민주당 정부는 그걸 안 한 걸까요. 아님. 못한 걸까요?
“저는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불평등, 격차 문제를 민주당의 첫 번째 문제로 놓고 풀었느냐라고 했을 때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대선을 지고 강력하게 추진했던 첫 번째 입법이 검찰 수사 기소 분리였어요. 저는 검찰 수사 기소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검찰에 의해서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대선 이후에 우리가 해야 될 첫 번째 과제가 과연 그것이었을까요? 저는 대선 기간에 1,000명의 시민을 동료들과 함께 인터뷰했습니다. 검찰 개혁을 제1순위로 말하는 시민은 거의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다르다는 지적, 아프다”
- 일부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의 민주당과 지금 민주당이 아예 다르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런 지적이 되게 아픈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계속 외치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냈어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실 민주당을 아주 열린 정당으로 만들어 냈죠. 근데 지금은 예를 들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스스로 말하기 되게 주저되는 상황이 돼버렸고 민주적 절차를 잘 지켜내는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주저되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많이 아쉽고요. 저는 오명을 바꿔내는 게 이번 전당대회에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팬덤 정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떤 의견을 강하게 말하는 시민 집단이 있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는 것을 만약에 팬덤 정치라고 한다면 팬덤 정치는 나쁜 게 아니에요. 근데 팬덤 정치를 다르게 규정하면 그것이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거냐면 어떤 시민 집단이 무언가를 요청해요. 근데 그것에 기대어서 사람들이 요청했기 때문에 그걸 해야 한다고 하거나 혹은 아니면 그렇게 요청하는 것과 반하는 것들을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건 나쁜 정치라 생각합니다.”
- 소수 의견에 끌려다니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저는 시민들의 의견을 근거 삼아서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우리가 경계해야 된다고 하는 건 되려 팬덤 정치가 아니라 증오 정치예요. 어떤 거냐면 나와 이견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근데 민주주의에서는 그 이견을 죽이는 게 아니라 이견이 있으면 충분히 토의하게 하고 결국 투표를 통해 결정된 것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논리예요. 근데 지금의 분위기는 다른 의견을 내면 아주 나쁜 것처럼 해요. 그래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무서워하는 상태까지 왔어요.”
“우리가 가야 할 방향 다시 세우지 않으면 국힘과 차별성 내내 어려워”
- "우리 민주당은 독재와 싸워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고, 죽음을 건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제를 부활시킨 정당"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어떠냐? 민주당이 세운 정신과 가치는 어디로 갔냐. 성 비위 문제를 감싸는 민주당,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 탈당을 하는 민주당, 부끄럽다"라고 하셨더라고요. 국민에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주장도 있거든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저는 민주당이 무엇을 가치로 삼는지가 희미해져 버려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이번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냈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국민의힘과 거의 다르지 않아요. 심지어 민주당에 있는 정치인이 ‘임대주택을 팔겠다. 그리고 임대주택을 더 짓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말했어요. 임대주택이 늘 옳아서 제가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여전히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이 집 살 수 없는 사회고 집 사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임대주택은 필요한데 여전히 적은 상태예요. 근데 갑자기 그것을 팔아버리겠다고 말하는 게 지금까지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가치에 비춰보면 그것은 너무 엉뚱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민주당이 도대체 만들고자 하는 사회는 어떤 거고 거기에 국가의 역할은 뭐냐’라고 되묻기 시작하게 됩니다. 때문에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세우지 않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다르다고 차별성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에서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고 대안 제시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물론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만 기다려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안일한 태도가 있다면 내부에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지금 민주당이 못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냐고 했을 때 저는 꼭 그렇게만 보진 않아요.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지금 부각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지난주에 민주당 의원들이 거기에 찾아가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되게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질적 조정을 있는 것이죠. 그것 말고도 소상공인 손실 보상 관련해서도 물론 우리가 이제 대선에서 패배한 집단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경 더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냈었어요. 그래서 그냥 비판만 한다고만 보시지 마시고요,”
-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저는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 접근하는 방식이 국민의 기대와 많이 어긋나서 더 문제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통령실 자체가 큰 정무 조직이기 때문에 공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정무의 특수성을 이해하더라도 거기에 정무를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간 게 맞냐고 질문하고 있는 건데. ‘우리는 법적으로 문제없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애 월급을 너무 적게 줘서 내가 미안하다’라고 해버린 거예요. 그게 아니라 ‘정무적으로 공채는 아니었지만 이러저러한 능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능력이 부족으로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그래도 일부는 납득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 항간엔 윤석열 대통령을 동네 바보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저는 그렇게 보는데 그러니까 이게 그 검사가 범죄자와 다투는 거잖아요. 그러니 법에 의해서 범죄인지 아닌지만 보는 거예요. 근데 정부 운영이라는 건 매우 복잡해요. 법을 따라야 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도 많고 그것을 설득해야 될 시민 집단 그것을 말해야 될 타이밍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것을 소화해내기에는 지금 역량이 떨어지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되려 도어 스테핑 윤석열 대통령이 많은 것들을 꼬아요.
이런 거잖아요. ‘만취 음주운전을 했던 장관을 임명해도 될까요.’라고 시민들이 당연히 궁금해했고 기자가 그 질문을 했어요. 그러니까 되려 막 화를 내면서 ‘전 정부에 이만큼 훌륭한 장관을 보셨습니까’ 이래요. 이게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걸 넘어서서 국민들이 기대했던 그 기대감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동네 바보형이라고 부르는 거 아닐까요?”
“윤석열에게 진 민주당, 많이 반성해야”
- 그런 사람에게 민주당은 패배했잖아요, 그럼 반성 해야는데 아무 반성 없는 거잖아요. 괜찮을까요?
“잘 지적해 주셨는데요. 저는 그 부분이 지금 민주당의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5년 전에 촛불의 힘으로 엄청난 지지를 받으면서 정부를 획득했고 1년 뒤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되게 높은 신뢰를 얻어서 많은 지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게 됐고 그로부터 2년 뒤에도 총선에서도 이례적으로 압승을 해서 정말로 많은 권한을 주셨어요. 근데 2022년에 있는 선거에서 진 거예요. 그게 상대가 윤석열이든 아니든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근데도 졌다 그러면 이런 거예요. 우리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방향이 정말로 많은 부분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그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죠. 근데 그것에 대한 절실함이 아직도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로 민주당이라는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고 정말로 마음먹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간 민주당이 잘못했던 걸 바로 잡아야죠. 꼼수 탈당이라든지 아니면 성비 문제도 여전히 저희에게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반성하고 정말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해야죠. 근데 그런 이야기는 잘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기겠다는 것이 없으면 그것 역시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컷오프까지 일주일이 남았어요. 당장 컷오프 통과가 목표일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국민들이나 당원들이나 바라는 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민주당이 더 대중의 신뢰 얻는 정당이 되길 바라실 거예요. 그러면 종전에 민주당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런 민주당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 9명의 최고위원 중의 한 명 정도는 그리고 8명의 컷오프를 통과한 8명의 경쟁자 중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낼 한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내 권력은 없지만, ‘쟤는 종전에 민주당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할 것 같다’라는 거죠. 차별금지법 이야기 원내 국회의원들 잘하지 못했어요. 저는 했습니다. 그리고 검찰개혁 법안 통과될 때 많은 분이 ‘대선 지고 이것을 몰아붙이면 시민들이 더 떠날 것 같다.’라고 우려했지만 말 안 했죠. 그러나 저는 했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할 사람 한 명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 문제는 인지도잖아요(웃음)?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지도 측면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고 당내에서 권력을 가진 측면에서도 저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근데 권력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이해관계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운 사람이고 아직 인지도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방송도 꽤 나가고 이영광 기자님이 찾아오실 만큼은 된 거예요. 제가 전화를 돌려보면 ‘청년 이름 들어봤어’라는 정도는 되니까요. 그래도 조금 새로운 목소리를 내길 기대해 주십사 하고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