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코로나급 감염병?…비상사태 선포 배경은

원숭이두창, 코로나급 감염병?…비상사태 선포 배경은

전세계 74개국 1만6836건 보고
15명 중 9명 반대에도 사무총장 직권으로 선포해
“사람에 완전히 정착” 우려…성급한 결정 지적도

기사승인 2022-07-25 16:53:53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시민이 탑승 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Monkeypox)에 대해 최고 수준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역대 7번째다. 원숭이두창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WHO는 지난 21일 원숭이두창 PHEIC 선언 여부를 두고 두 번째로 긴급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원숭이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선언 이유를 밝혔다.

WHO의 PHEIC 선언…코로나19 이후 2년여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국가 국경을 넘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경우 △사건이 심각하고 이례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경우 △즉각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 3가지에 해당할 때 선포된다.

WHO는 지난 2020년 1월3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과거에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력이 있다.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WHO 회원국은 발병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감염 환자 격리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할 것을 권고 받는다. 의무는 아니다. 국제 의료 대응 체계도 꾸려진다.

전세계 원숭이두창 신고 현황.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두 달만에 원숭이두창 전세계 1만6000건 보고

WHO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차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확산 수준이나 치명률을 봤을 때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자 입장을 바꿨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1만건이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세계 74개국에서 1만6836건이 확인됐다. 스페인 3125건, 미국 2890건, 독일 2268건, 영국 2208건, 프랑스 1567건 순으로 주로 서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망자 5명도 나왔다. 23일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2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 5월6일 영국에서 비아프리카 지역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달여 만이다. 

원숭이두창 증상.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 늑장대응 의식한 과잉대응?…유럽 제외하고 위험도 모두 ‘중간’

WHO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만큼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번 PHEIC 선언은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과거 WHO가 늑장 대응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WHO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WHO는 지난 2019년 12월 코로나19 첫 발병 보고 후 각국으로 퍼진 뒤 뒤늦게 PHEIC을 선언했다. 중국이 WHO에 막대한 기부금을 약속한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WHO가 판단한 원숭이두창 위험도는 유럽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간’ 수준이다. PHIEC 선포를 하지 않았던 지난달 23일 1차 비상위원회 당시와 동일하다. 특히 아시아 국가는 가장 낮은 확진자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24일 기준, 아시아 지역은 4개국에서 총 11명이 발생했다. 싱가포르 6명, 인도 2명, 대만 2명, 한국 1명이다.

WHO 내에서도 원숭이두창이 비상사태를 발령할 만큼 심각한 상황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전날 열린 두번째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 회의에서 의원 15명 중 6명이 찬성, 9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질병 심각도가 낮고, 비상사태 선언이 확진자와 특정 그룹에 대한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1차 회의 때와 위험도 평가가 달라지지 않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무총장 직권으로 선제적으로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원숭이두창 감염 주의 안내문. 연합뉴스

“성급했다”, “경각심 가질 필요” 전문가 반응도 엇갈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 내과 교수는 “이번 PHEIC 선언 결정은 WHO 사무총장 직권으로 결정했다. 일부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 본다”면서 “원숭이두창은 전세계가 아닌 일부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게만 비상 상황이다. 아시아 국가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했다. 이어 “원숭이두창은 독감, 코로나19처럼 RNA 바이러스가 아닌 DNA 바이러스라서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대응하기도 쉽다는 뜻”이라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WHO가 오히려 PHEIC 선언을 더 빨리 했어야 맞다는 의견도 있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PHEIC 선언은 적절하다. 오히려 사태 수습을 위해 좀 더 빠르게 선언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다”면서 “원숭이두창 전파 형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동물이 사람에 전파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사람간 전파로 바뀌었다. 그리고 바이러스도 단순히 비말이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체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사람에게 완전히 정착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증상 발현이 특정 부위에만 발진이 나타나는 식이어서 감시·발견이 어렵다. 한국에서도 단순히 방역 당국에서 집계한 숫자만 보고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신고가 안 되고, 따라서 찾아내지 못한 환자가 알게 모르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국제적 공조뿐 아니라 국내 감시체계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주 중 원숭이두창에 대한 감염병 위기상황 평가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와 협조해 ‘원숭이두창 24시간 종합상황실’과 역학조사를 위한 즉각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최근 입국시 발열체크 기준이 강화됐고 검역정보 사전 입력시스템을 활용, 입국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사용되는 3세대 두창백신 ‘진네오스’는 5000회분(1만 도즈)가 확보된 상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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