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병원에 환자들을 연결해주고 소개비를 챙겼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비자단체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은 지 수년이 지나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경을 들여다봤다.
나성진 ㈜플랜트코퍼레이션 대표는 “최근 유튜브상에서 지난 2014년 방송된 라식 소비자 단체 관련 잘못된 정보가 유포돼 기업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지난 13일 올렸다.
나 대표는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식 수술 보증서’ 서비스를 출시했다. 수술이 잘못되면 의료진이 최대 3억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의사 과실이 없다 하더라도 시력저하 시 보상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나 대표는 2014년부터는 비영리단체인 라식수술소비자단체 ‘아이프리’를 설립해 정식 활동했다.
“비영리 소비자단체 아닌 환자 브로커” 반발한 의사들
문제는 ‘의사 과실이 없더라도’라는 조항이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반발했다. 안과의사회는 아이프리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나 대표를 2014년 고발했다.
검찰은 2017년 라식 보증서는 약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돼 사실상 배상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나 대표가 아이프리 인증병원에 환자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로 각 인증병원 수술환자 비율에 따라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영리를 취했다는 점을 근거로 그를 기소했다.
법원 판결은 무죄였다. 1심은 아이프리가 환자에 특정 병원을 소개·수술을 유도한 것도 사실이 아니며 병원 심사평가단이 전문지식을 갖추었다고 홍보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홈페이지에 심사평가단은 부작용 체험자와 라식수술 희망자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고 짚었다. 아이프리가 실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한 번씩 검사 장비 점검과 수술실 안전수칙 점검 등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만큼 이름뿐인 유명무실한 단체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1심·2심 무죄판결…헌재도 “환자유인 아닌 광고행위”
또 재판부는 아이프리는 가입 병원 일부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아이프리 자체를 홍보하는 방법으로 가입 병원을 간접 광고했는데, 환자들이 지급한 진료비 일정 비율 지급받거나 수술환자 수, 수술 건수 당 일정 금액으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받지 않았고 아이프리와 병원 측 모두 금원 성격을 선불로 지급하는 광고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라식수술 보증서의 공익적 측면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보증서 발급 사실만으로도 병원에 책임의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부작용이 발생해 병원에 배상을 청구했지만 보증서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배상받지 못한 구체적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1심, 2심 모두 나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3심은 검찰이 항소 포기를 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나 대표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나 대표가 특정 병원을 환자에게 소개하는 형태가 아니었던 만큼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라기보다는 ‘의료인들로부터 의뢰받은 의료광고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 “나 대표의 의료광고행위는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하게 해쳤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에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다른 논란으로 다시 수면 위로…“보증서 취지 왜곡 안타까워”
3년 전 판결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 유튜버는 플랜트코퍼레이션이 콘텐츠 제작 자회사를 통해 유튜브 채널을 여럿 개설하고 상품 홍보 영상을 직접 만들었다며 허위 광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라식 보증서가 과거 사례로 언급된 셈이다.
영상이 올라온 다음날 나 대표는 “저와 저희 회사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고발 조치했다”면서 “수사와 조사를 겸허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렌트코퍼레이션 측은 “자회사를 통해 직접 홍보영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 조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환불 등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아이프리 건은 분명히 무죄판결이 난 사안”이라며 “경찰 기소만 가지고 마치 사기를 친 것처럼 계속 언급되고 있다. 사실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껴 뒤늦게 나서게 됐다. 개인의 명예보다 보증서의 취지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