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낮 12시 30분께 서구 한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위·대장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A(45)씨가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A씨는 의료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은 병원 측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의 시신을 부검했다"며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병원 측 과실 여부 등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수면 마취와 내시경을 진행했고 응급처치에도 최선을 다했다"면서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결과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
□ 수면내시경: 졸거나 자는(睡眠) 가운데 속(內)을 볼 수 있는(視) 거울(鏡)
건강검진을 받는 분들에게 꽤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위 내시경이나 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의료진을 신뢰하는 가운데 수면, 정확히 마취내시경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어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수면(睡眠=졸음과 잠)내시경'이지 사실 '마취(痲醉)내시경'이죠. 마취는 '약물 따위를 이용하여 얼마 동안 의식이나 감각을 잃게 한다'는 뜻이죠.
그러니 자신의 장이나 위를 헤집는 '내시경', 즉 신체의 내부를 관찰하는 기계가 어디를 어떻게 헤집고 다니는지 의식이나 감각이 없는 우리로선 알 수가 없죠. 무엇보다 검사 대상자가 감각이 없으니 아프다는 느낌이 없을 테고, 그 상태에서의 내 몸은 내 몸이라 할 수 없겠지요. 의사를 신뢰할 밖에요.
이러한 위험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시경 검사에 따른 통증을 감수하고 비수면, 비마취를 택한 답니다. 자신의 속 상태를 내시경 카메라 화면을 통해 보면서 검사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의사 또한 함부로 못 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마취'는 사상이나 이념 따위에 의하여 판단력을 잃게 됨을 이르는 뜻도 있습니다. '수면내시경'이란 단어는 의료인들의 마케팅적 언어입니다. 현상을 그대로 정확히 알리자면 '마취내시경'이죠. '수면내시경'이라고 우리 머리속에 인식이 박혔으니 '언어마취'가 되어 있는 셈인가요. 내원자가 진찰 받으러 갔는데 한 병원(의원) 아래 의사마다 '원장(院長)'이라고 명패 걸어 놓은 것도 이용자가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언어 마취죠. 원장은 시설이나 기관의 우두머리라고 합니다. 우두머리가 여러 명이네요.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마취의 언어를 자주 접합니다. 예를 들어 국세청 '공익중소법인지원팀'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지원(支援=가려 도움)'이라 함은 뭘 구분하여 베푸는 걸 말합니다. 국민의 충복이어야 할 공공기관이 되레 주인에게 시혜를 주는 듯한 단어죠. 교묘한 권위적 언어입니다. 주객이 전도된 거죠. 그냥 '공익중소법인업무팀'하면 됩니다. 그들이 받들어야 할 주인이 왔을 때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됩니다. 뭘 베풀듯이 도와줘요. 당연한 일을 하면서...
구청 등 기관에 가면 '민원관리(民願管理)팀' 같은 것이 있습니다. '관리'라는 뜻은 '사무 처리'도 있지만 '통제와 지휘'도 있어요. 권위주의 사회를 경험한 우리는 후자로 받아들이기 쉬워요. 공복이 주인을 관리하는 것으로 느껴져요. '민원업무팀' 하면 객관적이죠.
'수면내시경'이나 '공익중소법인지원팀' '민원관리팀' 등은 본질을 흐리는 '감각 상실 강요의 언어'입니다. 몸이 됐건 생각이 됐건 감각이 상실됐으니 힘 가진 일방에 의해 사고가 나곤 하지요.
睡: 졸 수
眠: 잘 면
內: 안 내
視: 볼 시
鏡: 거울 경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