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들의 원전 사업 진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침체된 분양 시장을 보완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으로 대부분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주요 건설사다. 지난 20일에는 DL이앤씨가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사와 업무 협약을 맺으며 원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설업계에서 원전 사업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해 상반기부터다. 지난 3월 현대건설이 미국 홀텍사와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맺은 후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사들도 미국 뉴스케일파워사 등 해외 기업들과 줄줄이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다각화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연이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착공과 준공이 감소하고 미분양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2022년 상반기 건축 인허가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착공이 12.1%, 준공은 6.1% 줄었다. 미분양의 경우 지난달 서울 민간 미분양 주택이 719가구를 기록하며 지난 1월(47가구)에 비해 15배 넘게 증가했다.
아울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유찰도 늘고 있다. 최근 부산 우동3구역이 5번째 유찰의 아픔을 겪는 등 건설업계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원전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등 수주 사업만으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한계가 있는 편”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를 지향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원전 사업 중에서도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원전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SMR은 기존 원전과 달리 어디서나 건설이 가능하다. 또 재생에너지보다 높은 효율로 차세대 원전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전력 활용이 필요한 곳 어디든 적재적소에 지을 수 있는 소형의 경우 경제적으로도 효용성이 훨씬 좋다”며 “앞으로도 건설업계의 원전 사업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건설업계의 원전 사업 진출에 대해 “투자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탈원전 공약과 상관없이 미국 SMR 회사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 중립에 가장 유효한 실현 수단으로서 원자력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