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총독이 조선에 온 이래로 가장 특별한 공로는 경찰의 확장이다. 그 상징적 공로가 경성 남대문 밖에 있는 굉장한 순사 파출소이다. 이 파출소는 최신 시설로 건축 비용도 많이 들었거니도 하거니와 동양 제일의 파출소라는 자랑거리 회자 된다.
그런데 근래 그 유명한 파출소 지하 사무실에서 오물이 펑펑 솟아 나와 순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무리 물을 퍼내도 금방 차올라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기 새끼 치는 파출소’라는 별명을 붙여 동양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소개하면 어떨지. 그리하면 총독의 정치 업적 홍보를 비용도 들이지 않고 훌륭하게 선전할 수 있지 아니할까.
이렇게 하면 모기란 놈도 세계적이 되는 바람에 사이토 총독의 은혜를 백골난망이게 여길 것 아닌가. (출전 동아일보)
일제강점기 숭례문 앞 '동양 제일 파출소'라는 '남대문파출소'(왼쪽 흰 건물). 당시 사이토 총독의 치적 중 하나로 꼽혔다. 일제강점기 숭례문과 그 왼쪽 '남대문파출소'. 일제가 '조선 백경'이라며 엽서로 담은 사진이다. 사이토 총독이 경성 은행들에 압력을 넣어 기부 받아 건립한 파출소다.6.25전쟁 직후로 추정되는 숭례문과 '남대문파출소(왼쪽)' 사진. 1963년에서야 '동양 제일의 파출소'라는 일제 파출소 건물이 헐렸다. [해설] 동아일보 가십 내용이다. 사이토 마코토(1858~1936)는 1919년 3.1운동 직후 제3대 조선 총독에 임명되어 문화정치를 표방한다. 무단 정치만으로 조선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고 판단,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 첫 정책은 총독부 관제 개편과 헌병경찰제도의 폐지였다. 쉽게 말해 군인을 통한 조선 통치를 경찰 인력을 늘려 통치하겠다는 눈가림이었다. 이로 인해 1918년 경찰관서가 751개에서 2761개, 경찰관은 5400명에서 1만8400명으로 늘어난다.
신임 부임한 사이토는 1919년 9월 2일 남대문역(경성역)에서 강우규(1855~1920) 의사로부터 폭탄 세례를 받았으니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숭례문. 일제의 훼손과 6.25전쟁에 따른 수난, 방화 피해 등 고난의 상처를 안고 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숭례문 바로 앞에 동양 최고의 파출소가 연와적조로 근사하게 건립됐다. 이 파출소는 1921년 7월 3일 남대문소학교(현 숭례문 옆 대한상공회의소 터)에서 낙성식을 거행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사이토가 경성의 크고 작은 은행들을 압박하여 기부받은 형식을 취한 동양 최고의 파출소였다.
그 최신식 건물 지하에 물이 차 모기가 들끓었다는 언론의 우회적 비판이다. 조선 시대 숭례문 앞 오른쪽으로 남지(南池)라는 큰 못이 있었으니 수맥이 있었을 듯도 싶다.
울분에 찬 우리 조선 사람들은 ‘사이토 기념탑’이라고 비아냥댔다. 우리에겐 수치의 역사인 이 파출소는 1963년 5월에서야 겨우 헐어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