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국내외 핵심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동시에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중 이 부회장이 우선순위에 무게를 둔 건 노조활동과 반도체 백혈병 갈등의 매듭을 푸는 해묵은 과제 해결이었다. 이 대목에서 재계는 이 부회장이 과거에 족쇄에 얽매여 앞으로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경영 판단에 따른 행보라고 풀이했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역할론을 자처했다.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대화에서 그는 "수출실적이 부진해 국민께 걱정을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안한 국제정세와 시장의 축소는 핑계일 수 있다. 그럴 때일수록 준비하고 대비하는 게 임무"라고 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9년 180조, 2021년 240조, 2022년 450조 등 최근 3년간 삼성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만 총 870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발목에 채워진 국정농단 족쇄는 그는 가만 놔두지 않았다. 2021년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재수감 된다. 외신은 일제히 경쟁기업과 사투를 벌이는 삼성이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수감 된지 207일 만인 8월.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등 격화하는 대내외 경제 악재에 문재인 정부로서는 삼성의 협조가 절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지난달 29일자로 형기가 만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돼 경영활동에 족쇄가 채워진 상태다. 이에 재계를 중심으로 오는 15일 단행될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되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 설명에 의하면 역대 정부 첫 특별사면에서는 거물급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시국사범, 이명박 정부에서도 취임 첫 사면에는 경제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정치인과 경제인을 제외한 사면이 이뤄졌고 문재인 정부 때도 경제인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재계 안팎은 예상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황에 따른 공급망 위축 등 여건으로 '경제인 대사면'이 단행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 역할론, 특히 삼성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사면 요구도 커지고 있다. 지금 국내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이는 스테그플레이션 경고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묶어놓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봐도 손실이다.
이 부회장이 그간 국내 경제를 위해 나선 공로가 적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총수의 경영활동 제약은 삼성이 앞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 부회장은 이미 잘못한 일에 충분히 대가를 치르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했다. 복잡한 정치적 셈법은 접고 우리 경제를 위해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