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이 높은 폭으로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시멘트가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9월부터 보통 포틀랜트 시멘트의 톤당 가격을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만1000원(11.7%) 인상하겠다는 방침인데 한일시멘트 역시 현재 톤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으로 1만3800원(15%) 인상을 계획했다.
시멘트 가격이 10% 넘게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쌍용C&E가 먼저 인상안을 발표하자 나머지 업체들도 연이어 인상안을 발표했기에 차후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은 유연탄 가격 상승 여파로 풀이된다. 시멘트 원가의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은 지난해 톤당 평균 137달러에서 올해 2분기 376달러로 급등했다. 아울러 환율까지 지난해 말 1190원에서 최근 1311원까지 오르며 실제 부담 비용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삼표시멘트 측은 이번 가격 인상과 함께 “추가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멘트 가격은 앞서 상반기 쌍용 C&E가 레미콘업계와의 협상을 통해 인상률이 5% 낮아진 전례가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에 대해 논의가 없다고 한 대신 그만큼 업체 측에서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이라며 “추가 타협을 할 경우 적자 개선의 여지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실시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업계가 건설이라는 정점을 두고 수요와 공급의 공생관계라는 생태계 형성을 해왔다”며 “그만큼 이번 결정이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이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건설업계는 우울한 반응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사비에 영향이 미칠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계약했던 물량이 남아있어 당장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차후 계약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오르기 전에 원자재를 많이 구매하고 싶어도 물량이 한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근 가격이 최근 3개월 동안 톤당 기준 18만5000원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철근의 원료인 고철 가격이 하락한 여파로 풀이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근 가격 하락이 시멘트 가격 상승에 대한 건설업계의 타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멘트같은 경우 레미콘과 함께 상승해 파급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연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시멘트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인상폭이 크지 않더라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