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자가 줄어 재정적자를 견디다 못한 서울시립 요양원이 요양보호사에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가 되면서 출퇴근도 하지 못하고 어르신을 돌본 대가가 임금 삭감과 인력감축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시에 시립중계요양원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시립중계요양원은 입실률이 떨어지며 전체 250여개 중 공실이 30개 넘게 발생하자 임금을 체불했다. 물가 폭등을 이유로 급여에서 자동공제하던 식대를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일방 인상했다. 1인당 20만원 수준인 하계휴가비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요양보호사들의 주장이다. 또 요양원 측은 지난달 28일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 시기에는 말로라도 필수노동자라며 치켜세우더니 재정적자가 생기니 이제는 필요 없는 노동자로 치부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코호트격리 운영으로 외부와 차단된 채 24시간 연장근로까지 하면서 버텨왔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두려움과 극심한 노동강도, 열악한 처우로 수차례 채용공고를 내도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황예숙 시립중계요양원 분회장은 “일터를 떠나지 않기 위해 지난 4월부터 1개월 무급순환휴직을 하고 이달 기준 50명째 한 달 생계비를 포기하고 휴직을 하고 있다”며 “물가폭등으로 임금 빼고 다 올랐는데 요양원은 임금을 삭감하고 이제는 해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황 분회장은 “코로나로 입소자 공실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노동자 탓인가”며 “입소자가 줄면 재정 부족으로 해고하고, 입소자가 들어오면 다시 채용하고 우리가 무슨 탁구공인가. 어르신 서비스 질이나 안전 문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뜻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시립요양원 요양보호사 역시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립입소시설 관리감독과 운영 책임 주체인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는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을 조례로 정하고 있고, 3년마다 장기요양사업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황복희 서울시립동부요양원 분회장은 “지난 3월 오미크론 유행으로 요양원은 바로 시설 전체 코호트격리를 하게 됐다. 50여 일 동안 24시간 근무에 최장 4일간 요양원에서 머물며 어르신을 돌봤다. 확진된 이후에는 아무리 후유증이 심해도 업무복귀해야 했다”며 “동부요양원도 현재 공실이 20개나 된다. 사측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단체 교섭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보호사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뱉어버리는 존재인가”라며 “공실 발생으로 생기는 재정타개책을 기관에만 맡기면 안 된다. 시에서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료연대본부는 시립요양원 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 재정을 지원하고 코로나 재확산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충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