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표적방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과학방역’에 따라붙은 각자도생 꼬리표를 떼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표적방역 역시 기존 방역정책과 차별성이 부족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8일 “고위험군이 철저히 보호된다면 고위험군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을 ‘엔데믹’으로, 독감 수준으로 낮추는 시기가 그렇지 멀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정 자문위원장의 발언은 표적방역이라는 방역 정책의 기조와 맞닿아있다. 표적방역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다.
이기일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같은날 모두발언에서 “우리에게는 지난 2년 7개월 동안의 코로나19를 헤쳐온 경험과 데이터가 있다”면서 “국민들께 일상을 돌려 드리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과 어린이,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정 자문위원장은 “환자와 암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딱 필요한 약을 쓰는 ‘표적 항암치료’처럼 방역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방역을 피해 꼭 필요한 부분에 표적화하겠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또 정부는 표적방역 일환으로 입영장정, 휴가복귀자 선제검사를 실시하고 군 의료기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취약시설과 고위험군에 대한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방역 대책은 이전부터 있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백신 우선 접종, 병상 우선 배정 등 대책을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시행해왔다.
방역 당국 역시 표적방역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4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기존 추진해 왔던 방역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다”면서 “고위험 집단 등 인구집단 특성에 따라 정밀한 분석을 통해 방역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집단별로 좀 더 근거를 갖고 방역정책을 추진하자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내세운 고위험군 방역 대책 또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2가지다. 진단과 검사, 처방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는 원스톱진료기관 확대와 치료제의 적극적 처방이다. 원스톱진료기관은 지난 5일 오후 5시 기준, 9620곳이 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원스톱진료기관 수가 수도권에 비해 적고, 고령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기준, 지자체별 원스톱진료기관 운영 현황을 보면 △강원 232 △경기 2206 △경남 607 △경북 447 △광주 303 △대구 544 △대전 294 △부산 723 △서울 2029 △세종 55 △울산 207 △인천 427 △전남 358 △전북 402 △제주 125 △충남 317 △충북 288개소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치료제 처방을 적극 권고한다. 일선 병·의원에서는 병용금기 약물이 많다는 점, 그리고 절차가 복잡한 점 때문에 여전히 처방에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병용금기 약물이 28개에 달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직 국민에게 표적방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대면 진료와 약 처방을 빠르게 하고 밀집도가 높아 감염 위험이 높은 학교, 요양시설, 구치소 등에 대해서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하지만 방역 효과가 있는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구치소, 외국인 기숙사 등에는 주기적인 신속항원검사(RAT)를 의무화하고 학교는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에 대한 실천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방역 당국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