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에 사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최근 아내와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걸렸다. 지난 8일 박씨는 예상치 못한 고민에 맞닥뜨렸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한 폭우에 애용하던 장보기 배달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냉장고에 남은 재료가 있어 ‘냉장고 파먹기’로 자녀들과 식사할 수 있었다. 박씨는 “김포는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적었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비가 많이 온 지역 확진자들은 당황스럽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밤과 11일 새벽 사이 충청과 경기 남부 지역에 최대 250㎜의 비가 내렸다. 수도권에는 지난 8~9일 기록적 폭우가 이어졌다. 서울에는 이틀 만에 4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한 달 장마철 평균 강수량 350㎜ 보다 많다. 장마전선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오는 15일 밤부터 중부지방에 다시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밖에 나갈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 특히 1인 가구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장을 보거나 식사를 주문해 끼니를 해결했던 배달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곳곳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아예 서비스가 중단됐다. 확진자의 의무 격리 기간은 7일이다. 외출이 금지된 이들은 겨우 배달 가능한 라이더를 찾아도 빗길 사고, 음식값 뺨치는 높은 배달비 등의 이유로 선뜻 ‘주문’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틀간의 폭우로 서울에는 배달 불가 지역이 속출했다. 배달앱 ‘요기요’는 지난 8일 침수 피해를 입은 강남, 서초, 관악, 동작, 영등포, 구로 지역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다. ‘쿠팡이츠’도 같은날 구로구, 동작구, 금천구 등 서비스를 일시 제한했다. 새벽 배송 서비스는 곳곳에서 삐그덕 거렸다. 또 배달비를 2만원 넘게 책정한 사례가 등장해 적정한 가격인지를 두고 논란이 됐다.
SNS상에는 “폭우로 배달도 안되고 자가격리 하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오늘 같은 날 사고 날까봐 차마 배달 시킬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냉털’(냉장고 털기)했다”는 글이 이어졌다. 평소 요리를 해 먹어 냉장고에 남은 재료가 있다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집에 고양이 빼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러다 굶어 죽겠다”, “비가 와서 배달도 안 된다. 밥을 무얼 먹어야 할지 난감하다”는 토로가 나왔다.
확진자가 격리 중 음식을 사러 외출하면 처벌 가능할까. 현행법상 그렇다. 확진자의 경우 진료, 의약품 구매, 임종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외출이 불가하다. 외출 시에는 KF94 마스크를 착용이 필수다. 진료 및 약 수령 이후에는 지체 없이 귀가해야 한다.
확진자 동거인, 돌봄 공동격리자, 감염취약시설 접촉자 등 자가격리자는 외출 예외 기준이 다르다. 자가격리자는 진료, 코로나19 예방접종, 의약품 구매·수령, 식료품 구매, 자가검진키트 구매(최초 외출에 한함) 등 ‘필수 목적’의 경우 외출할 수 있다. 2시간 이내라는 시간 제한이 있다. 외출 횟수 제한은 따로 없다.
어디까지를 과도한 장시간 외출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질병청 관계자는 “지침상 2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만 복귀 당시 상황이나 지연시간 등을 고려하여 관할 지자체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많은 지자체가 확진자에 생필품을 지원했다. 해외에 소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유지하는 지자체는 찾기 쉽지 않다. 서울 성동구는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 서울시는 생필품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성동구는 자체 예산을 들여 성동구에 주소를 둔 재택치료자에게 손세정제, 과자, 햇반, 라면 등 필수품을 보내고 있다. 이름은 ‘회복기원 꾸러미’다.
성동구 주민은 꾸러미와 함께 쾌유를 기원하는 내용의 편지도 함께 받는다. 온라인상에서는 “호텔 서비스 받는 느낌”, “꾸러미를 받아 봤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좋은 동네 살아서 부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성동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재택 치료자 지원을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체 예산을 편성, 2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약 9만3000명에 꾸러미를 보냈다”면서 “물품만 달랑 보내면 마음까지는 전달되지 않겠다 싶어 편지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에는 주로 불편한 점에 대한 전화가 와서 호평 받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중단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