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에게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가 보그코리아 9월호 한복 패션 화보 촬영지가 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은 가운데 문화재청은 앞으로 장소 사용 허가 때 신중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23일 설명자료를 내고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장소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해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신중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한복 패션 화보 촬영에 대해 “청와대를 새롭게 소개하고자 촬영을 허가했다”며 “보그지는 130여년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27개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 패션 잡지로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과 열린 청와대가 함께 소개되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취지에서 기획된 화보 촬영이 청와대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인가와 그 효과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우려에 대해 문화재청 청와대개방추진단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앞서 보그코리아는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화보 32장을 공개했다.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이다. 화보 촬영에는 모델 한혜진·김원경·김성희·오송화·이애리 등이 참여했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에선 청와대 경내에서의 패션 화보 촬영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뉴스 댓글 등에는 “나라 꼴 한심하다” “국격을 떨어뜨렸다” “경솔했다”란 부정적 의견과 함께 “이미 개방됐는데 무슨 상관” “덕수궁·창경궁 등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허가 받아 촬영도 되는데 뭐가 문제냐” 등 옹호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2일 SNS를 통해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며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든 이유는 식민지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대한제국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새 권력인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어떤 이유냐”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절차와 과정, 기대 효과면에서 모두 실패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24일 SNS에 “청와대를 국민의 누리고 즐기게 됐다고 해서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건 우리 국민 모두를 무시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깃든 역사는 그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든 수치스러운 것이든 국민의 공간에서 더 잘 보존되고 널리 기억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아직도 대통령 한 사람만의 소유물인양 국민들이 다같이 즐기는 것을 폄하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